WTO, FTA 등 세계화, 개방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요즘, 우리는 농업·농촌을 어떤 잣대로 바라봐야 할까.

배고픈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1960년대 우리 농업의 최대 화두가 '식량증산'으로 집약됐다면, 지금은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으로 이분화돼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굶주리고 가난했던 시절 우리 농업은 국가의 존립에 절대적인 기간산업이었다. 국민총생산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을 압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10위권을 바라보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우리 농업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초라해졌다. 농립어업 비중은 2.5%로 떨어졌고, 생산액은 41조원 수준에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생명산업인 농업을 '경쟁력 강화'라는 산업적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경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자본을 끌어들여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규모화와 조직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농업이 갖고 있는 다원적 기능(식량안보·환경보전·전통문화보전·경관보전 등) 그 자체가 농업의 경쟁력 아닐까? .

농촌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던 촌스러움과 여유로움이 국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재평가 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농촌의 초라함을 비웃으며 도시 출신임을 자랑했던 기억은 잊어버린 채 농촌이 주는 삶과 멋에 푹 빠지고 있다.

국민들 스스로 '농촌이 주는 의미'를 찾아 나서고 있다는 말이다. 농업?농촌이 주는 촌스러움과 여유로움이 우리네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소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도 농업의 새로운 동력원이 될 것이다. 오염없는 천혜자원인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그 자체가 녹색성장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농업·농촌은 '경쟁력'이라는 화두를 계기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고, 이를 통해 산업으로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농업·농촌이 지속 가능한 생명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농업·농촌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농업·농촌은 '경쟁력'만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의 그 무엇이 도시민을 유혹하는지, 왜 국가를 지탱하는 근본이 되는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한다.

시장과 경쟁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농업?농촌은 꼭 지켜야 할 삶의 근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여 '농업 지킴이'인 농업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뿌리는 돌보지 않고 열매만 잘되기를 바라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영식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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