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병원 앞에서 구두수선을 하는 사람이 병원을 찾았으나 의사가 고칠 수 없는 병이라면서 돌아가라고 했다. 진찰실을 나오니 간호사가 진찰비 1만원을 요구해 지불했다.

며칠 뒤 그 의사가 구두를 수선하러 왔으나 너무 낡아 수선이 불가능해 구두수선공은 의사에게 그냥 구두를 갖고 가라고 하면서 5천원을 요구했다. 이에 의사가 "고치지 못한다면서 왜 돈을 달라고 하냐"고 따지니까 그 구두수선공은 "당신도 내 병을 고치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1만원을 받지 않았냐"고 답변했다.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많은 경우 기본 선임료(착수금) 외에 성공보수금을 약정한다.

예컨대 누군가 구속돼 변호사를 선임한다면 기본 선임료 300만원을 지불하고 사건이 잘 처리돼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경우 50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식으로 계약하거나, 손해배상청구에서 기본 선임료로 500만원을 지불하고 승소비율에 따라 승소금의 10%를 지불하는 식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의뢰인이나 변호사가 기대했던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패소하더라도 기본 선임료를 돌려받을 수 없다.

더욱이 청주는 아직 그렇지 않지만, 대도시의 변호사업계에서는 의사들의 진찰료처럼 상담료라는 것이 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단지 상담만 해도 시간에 따라 10분당 1만원, 1회 상담에 10만원 식으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서울의 유명 로펌들은 의뢰인이 변호사의 방에 들어가는 때부터 바로 초시계부터 꺼내놓고 상담을 시작할 정도다.

또한 선임료 이외에 준비서면이나 변론요지서의 분량에 따라 1장당 얼마씩 추가로 받기도 하고,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한 회수나 시간당 얼마씩 추가로 받기도 한다.

얼핏 보면 구두수선공의 항변처럼 누구는 의뢰한 일을 성공 못해도 기본료를 받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니 무척 불공평한 것 같다. 구두수선공과 의사나 변호사는 어떠한 차이가 있기에 이러한 차별이 있을까.

의사나 변호사 업계에서 성공보수금만 있고 진찰료, 상담료, 기본 선임료가 없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까. 아마도 의사는 있지도 않은 병을 만들어 치료를 했다고 할 것이고, 변호사들은 승리할 사건만 선임하거나 승리를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성공보수금이 없다면 변호사들은 이미 모든 보수를 받았기에 더이상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의뢰인 입장에서도 성공하지도 못했는데 성공에 대한 보수까지 미리 기본선임료로 지불했다고 불평할 것이다.

어찌 보면 성공보수금은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변호사와 의뢰인간에 반분하는 셈일 수도 있고, 변호사의 성실성을 담보하는 당근일 수도 있다.

변호사로서 왜 상담료나 기본 선임료를 받는지, 왜 기본 선임료 외에 성공보수금이라는 것이 있는지 설명 했지만, 의뢰인들의 불만은 상담료를 받든 기본 선임료, 성공보수금을 받든 변호사의 수임료가 너무 높다는 것일 것이다. 고백컨대, 변호사인 필자가 생각해도 그것이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말은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아니, 변호사로서 변호사의 높은 수임료에 대한 최소한의 변명은 해야겠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은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이다. 검사나 경찰관은 수사에 있어서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아마추어가 프로와 싸워서 이기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의사도 아플 때면 다른 의사를 찾아간다. 자신의 운명이 걸린 승부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변호인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데는 금전적인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수사를 받는 것은 일생에 몇 번 없는 일이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해 훌륭한 변호인을 구해야 한다."

이 말은 현직검사로서 한겨레신문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칼럼을 쓴 파문으로 퇴직해 유명해진 금태섭씨가 변호사가 되기 전 검사 시절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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