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 외국 나들이가 쉽지 않았던 시절 선호되었던 외교관, 해외파견 근무, 항공기 승무원 등 직종에 대한 인기나 인식이 이제 과거와 같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대학생은 물론 초 중고생도 자유롭게 해외연수나 유학, 관광을 떠날 수 있는 이즈음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에 비쳐지는 여러 그림자는 많은 생각을 낳는다. 최근 신종플루 여파로 내국인 출국이 다소 주춤하다고 하지만 이제 겨울 방학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억제 되었던 해외여행 수요가 연말연시를 기해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무역에서 수출입 구조가 흑자 또는 적어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 '가는 관광' 못지 않게 '오는 관광'을 통한 외화획득과 국가홍보, 경제활성화는 절실한 과제이다.

1990년대 이후 국가차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00방문의 해'를 설정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한 관광활성화 방안이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최된 크고 작은 국제행사, 이벤트를 치르면서 외국손님 맞이와 내수창출을 통한 여러 관련산업의 활성화는 비록 만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학습효과 차원의 소득으로는 확실했다. 그러나 연이은 관광수지 적자는 두어배에 이르는 내, 외국인 출국, 입국자 수의 역조와 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여러 여러 악재가 겹친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망언과 왜곡규탄에 관련한 일본인의 방한기피, 동남아 경기침체, 미국 테러 사태 이후 경직된 세계정세가 우선 그러했다. 그 후 국제적인 질병 창궐과 외환위기,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호텔난과 내국인 여행증가에 따른 항공좌석 확보문제 등 집안사정이 맞물리면서 '한국방문의 해'는 목표치 하향조정 속에서 황급하게 종종걸음으로 막을 내리곤 했다.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를 제외하고는 미주, 유럽, 중동, 호주 등지에서 한국은 멀다. 한국 관광길에 나서려면 그들을 끌어당길만한 무언가 신선한 매력과 이국취향의 호기심 그리고 한국만이 가진 색다른 장점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현지 공관, 관광공사 그리고 지자체나 기업의 해외사무소까지도 협조해 한국이 얼마나 가볼만한 나라인지 입체적, 유기적으로 홍보하는 일이 급선무다.

하지만 '가는 관광' 은 신종플루 영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는 관광'의 규모와 지출을 넘어서고 있다.

출국시 외화소지가 사실상 자유화 되면서 앞으로의 외국관광은 더 고급화되고 다양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외화사용 한도액 인상과는 거의 연관없는 대다수 국민들의 위축심리와 상대적 박탈감은 계층간 위화감을 더욱 부추기면서 크고작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일반 서민들은 절약한 돈으로 초긴축 알뜰관광에 나서는만큼 정부에서 허용하는 외화반출 한도 내지 외화사용액, 관세신고 등과는 별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외화수지가 불리해지면 마치 해외여행이 그 주범이고 외국여행 다녀온 국민들이 파렴치한인 듯 분위기를 조성하는 당국의 행위는 좀 비겁하다.

내년에 진행될 '충북 방문의 해' 준비상황이 궁금하다. 과거 한국방문의 해를 보내며 지적되었던 여러 시행착오와 소홀함을 미리 챙겨 충북이 가진 장점과 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기를 바란다.

도내 곳곳을 깨끗이 정비하고 가장 기본적인 숙박시설, 안내판, 편의시설, 교통체계를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서울등 대도시의 소비지향과 특색없는 번잡함에 식상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 충북은 자연과 휴식이라는 매력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청정충북, 환경충북, 생태충북, 휴양충북, 고향충북 같은 관념적 특성요소를 극대화하는 것 만으로 충북과 함께 '방문의 해' 행사를 벌이는 타시도에 비해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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