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은 두번째 드로잉전 갤러리 통통서

김길은의 작업은 모델과의 상호 소통에서 이제는 그녀만이 바라보는 '그녀만의 이미지'로 볼 수 있다.

지인에게 종이가 감긴 롤을 선물 받고 그곳에 모델의 형태와 모습을 포착한지 어언 3년. 처음에는 전에 그리던 스케치북이 다 떨어져 우연히 그 롤에 드로잉을 하기 시작했는데 질감도 더 잘 맞고 그동안의 작업 변화를 한 곳에 담아 볼 수 있는 그녀만의 작업 과정이 모두 담겨 있는 재산목록이 됐다.

김씨는 서원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공백기가 흘렀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2살 때 처음 드로잉을 시작했고 정지된 그림보다는 움직이는 장면을 포착하다보니 10년째 드로잉에 푹 빠져있다.
작업에 회의가 들 때마다 6개월 단위로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과제를 부여하고 그 전에 부족했던 점을 채워가고 힘든 과정과 고비를 넘길 때마다 재료적인 면과 표현적인 면에서 업그레이드를 해왔으며 롤에 작업을 하면서 그녀의 작품이 더욱 풍부하게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

갤러리 통통에 전시된 김길은의 작품은 그 롤에 담겨 있는 이미지를 나무 합판에 증폭, 확대해 재해석 하고 있다. 그녀가 종이가 아닌 나무를 선택한 이유도 누드 드로잉이라는 오묘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다. 종이에 그려진 그림을 일반적인 캔버스에 옮겨봤는데 오묘한 느낌이 없어져 찾은 것이 나무 합판이다.

"나무에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줄과 제가 펜으로 만든 줄이 섞여서 캔버스는 줄 수 없는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해 주고 있어요. 앞으로 계속 나무합판에 작업을 할 예정인데 조금더 고급화 된 재료에 작업을 해보려 고민중입니다."

그녀의 드로잉은 일반적 누드 드로잉과 차이가 있다. 작가는 모델이 연출하는 동작을 순간에 포착해 이미지를 표현하고 순간 느껴지는 느낌에 색을 입혀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또 어린아이들도 그렇고 미술하는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정지된 작업을 그려 생동감이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 그녀는 모든 미술 작업의 기초가 되는 드로잉을 독립적 장르로 끄집어내 역동적인, 살아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초반에 그저 막무가내로 그려대기 였다면 지금은 형태와의 상호 소통에서 이제 자기만이 바라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김길은씨. 수많은 사물을 바라보고 그 수의 몇만배에 준하는 상상을 엮어 독특하고 재미있는 드로잉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길은 드로잉전은 오는 20일까지 갤러리 통통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감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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