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말하는 정치지도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상자들이 잰 걸음을 하고 있다. 저마다 선량을 꿈꾸는 이들에게 기원전 551년전 태어난 공자는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지난 10일 청주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중원포럼에서 충북대 정치학과 장공자 교수는 공자의 정치지도자론을 이렇게 설명했다.<편집자주>

▲ 장공자 교수
'논어'를 보면 "선생님은 왜 정치를 하시지 않습니까" 라고 공자에게 묻는다. 공자는 "'서경'에 효를 일컫기를 '효도하며 형제에게 우애하여 정치에 베푼다'고 하였으니 이 또한 정치를 하는 것이니 어찌 정치를 하는 것만 정치라고 하겠느냐"고 답했다. 공자는 정치란 다른 게 아니라 바로잡는 것(政者正也)이고, 가까운 데 있는 사람은 기뻐하고(近者說), 먼 데 있는 사람은 달려오게 하는 것(遠者來)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노나라 정공 초년에도 어떤 사람의 같은 질문에 공자는 "사람이 집에 있으면서 효제로써 집안을 다스린다면 이것도 정치이다. 어찌 출사하여 지위를 얻어야만 정치를 한다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했다. 당시 공자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야 달리 있었겠지만, 그는 직답을 피하고 집안 다스리는 일과 나라 다스리는 것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있었다.

공자가 효제와 충서를 강조한 것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시군(弑君)과 시부(弑父)가 자행되던 때로 시군의 경우 춘추 240여년간 36차례나 있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천자와 제후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 실질적인 정치권력은 가(家)라고 하는 정치 조직의 대부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공자는 이러한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의 내부 문제는 효제에, 외부 문제는 충서라고 하는 윤리와 정치를 연결시키는 이중적 방법을 강구했다. 다만 효제는 가정에 국한되어 사회 일반에 통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남과 나 그리고 가정과 사회를 완전히 관통할 수 있는 동정심(仁)의 무한한 확대인 충서를 강조했던 것이다. 즉, 공자가 중시한 인은 윤리의 근거인 동시에 정치의 원칙으로서 춘추라고 하는 사회 및 시대의 지도 이념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인은 인간의 내재적인 심성에 호소함으로써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현실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에는 거리가 멀다는 약점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제시한 현실로서의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기위한 해결책이란 인간의 외재적인 관계, 즉 인간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정상화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사회적 존재로서 모든 사람은 각기 여러 개의 이름과 그 이름에 상응하는 직분이 있다. 한 개인으로도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조직에서는 간부 또는 직원으로서의 명과 실을 가지는데 그 명과 실을 상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명과 실을 상부하게 하는 것을 정명(正名)이라 한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초청하여 정치를 하려 하는데 선생님께서는 무엇부터 하시겠느냐고 물었을 때, 공자의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할 것이다(必也正名)" 어째서 공자는 반드시 정명부터 하겠다고 했을까. 이에 대해 공자는 "이름이 바르지 아니하면 말이 순하지 않고, 말이 순하지 아니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고 하였다.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이 그들이 가지는 인간관계 속에서의 지위와 직분에 상응하는 책무를 다할 때, 사회는 질서와 조화를 이루고 발전하게 된다. 만일 그렇지 않을 때에는 사회적 혼란과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묻자 공자는 정명을 부연 설명하는 것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며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고 말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회적인 혼란과 갈등의 원인은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어버이가 어버이답지 못하며, 자식이 자식답지 못한 데 있기 때문에 공자는 정치를 함에 있어서 정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공자는 그가 살고 있던 시대의 정치적인 혼란을 크게 두 가지 방법에 의해 해결하려 하였다. 그 중 하나는 인간의 윤리 도덕적인 근거가 되는 심성의 실천-행인(行仁)에 호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다양한 인간관계의 정상화-정명(正名)을 통해서 해결하려 하였다.

그럼 누가 행인과 정명을 솔선수범할 것인가. 바로 실천주체는 군자(君子)란 인물이다. '논어'에 인자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말이 군자이다. 군자란 학습을 통해서 이루는 높은 수준의 인격자를 이른다. 공자가 '유교무류(有敎無類)'를 말한 것은 그의 제자들을 군자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사람이 학습을 통해 존재의 이유와 해야 할 사명을 알고(知命), 그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적ㆍ도덕적 규범을 지키고(知禮), 사람들이 들어서 기쁘고 유익한 말(知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 즉 천하무도(天下無道)의 사회를 천하유도(天下有道)의 사회(세계)로 만들려는 것이 공자의 소망이자 목표였다. 그 목표를 구현하는 주체가 군자이다. 그러므로 군자에 대한 공자의 많은 언급이야말로 곧 그의 정치지도자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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