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기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던 두바이의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 월드'가 지난 11월 25일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했다.

그 동안 두바이는 "천지개벽'으로 표현될 만큼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에 의해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경제적 성장의 모델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0년 전 부터 최근까지 물류·관광·레저·쇼핑·정보통신(IT)·의료산업 등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두바이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이 시련을 맞고 있다. 이른바 '모래위의 신화'가 사상누각(砂上樓閣)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아부다비, 사우디, 이란 등의 인근 산유국들이 구미진출이 어려워지면서, 고유가로 벌어들인 돈을 두바이에 투자한 것이다.

그 후 두바이는 지난 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게 되자 자금이 유출되고 해외 근로자들이 철수하자 소비와 부동산 수요가 위축 되었다. 그리하여 두바이는 극심한 자금난으로 연결되면서, 결국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것이다.

이번의 '두바이 쇼크'는 작년 9월 파산한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과도한 투자에서 비롯되었다. 다만 리먼브러더스가 파생상품에 과도하게 투자한 반면 두바이월드는 막대한 외국자본으로 건설에 무리하게 투자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부채규모나 피해지역 면에서 볼 때, 두바이 월드의 전체적인 부실 규모(약 593억 달러)는 작년 9월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부채규모(7000 달러)보다 훨씬 적은 편이다, 피해지역도 리먼브러더스가 전 세계를 상대로 파생상품을 취급했기 때문에 광범위 했지만, 두바이월드는 대부분 유럽금융기관에 한정되어 있어 피해지역이 제한적이다.

이같이 두바이 사태는 리먼브러더스에 비해 부채규모나 피해의 지역적 범위가 한정적이다. 거기에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맏형'격인 아부다비의 지원 등도 기대할 수 있어 세계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제2의 리먼사태까진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두바이의 채무상환유예로 유럽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면 그 여파가 세계경제의 더불딥(이중침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두바이 사태로 선진국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신흥시장에 유입되는 투자자금도 축소돼 국가부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듯이 이 여파가 흔들리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과 유럽금융기관에 큰 타격을 줄 수 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얼마 전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데 이어 지난 9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되었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가 많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의 남유럽 국가들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울러 서브프라임 위기와 관련된 국가들이 여러 조치를 취하여 위기는 넘겼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그러고 보면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두바이를 거쳐 유럽으로 확산될 경우, 세계경제는 다시 한 번 고비를 맞을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두바이 위기를 통해 허약한 기반위에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부채수준이 높게 되면 경제적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안정적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보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아 해외시장의 불안요인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향후 세계금융시장의 흐름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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