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수 교수와 함께하는 말글 이야기

# 그는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

우리는 흔히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갈 때 '병원으로 후송됐다.'라고 말한다.

'후송(後送)'은 '적군과 맞대고 있는 지역에서 부상자, 전리품, 포로 따위를 후방으로 보냄 또는 뒤에 보냄'을 뜻한다. 즉, '후송 열차', '그는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와 같이 쓴다.

이와 달리 '호송(護送)'은 '목적지까지 보호하여 운반함 또는 전시에, 군함이 수송선이나 상선을 따라가며 보호하는 일, 죄수나 형사 피고인을 어떤 곳에서 목적지로 감시하면서 데려가는 일'을 뜻한다. '금융 기관은 현금 수송 때 경찰에게 호송 요청을 한다.', '피의자들이 간수들의 호송을 받으며 법정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와 같이 쓴다.그러므로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병원으로 호송됐다.'라고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 나는 서른 여덟에 벌써 '아래이'가 전부 틀니다. (×)

'아래이'는 '아랫니'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아랫니'는 아랫잇몸에 난 이를 일컫는다.

합성어나 이에 준하는 구조의 단어에서 실질 형태소는 본 모양을 밝히어 적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齒)'의 경우는 예외로 다룬 것이다. '이(齒)'는 옛말에서 '니'였으나, 현대어에서는 '이'가 표준어로 되어 있다.

따라서 '간이, 덧이'처럼 적고, [니]로 발음되는 것은 'ㄴ' 음 첨가 현상이 맞는 일이지만, '송곳이, 앞이'처럼 적으면 '송곳, 앞'에 주격 조사 '이'가 붙은 형식과 혼동됨으로써 [송고시, 아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리하여 다른 단어나 접두사 뒤에서 [니] 또는 [리]로 소리 나는 '이'는 '간니(代生齒), 덧니' 처럼 적기로 하였다.

한글맞춤법 제27항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리거나 접두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이[齒, 蝨]'가 합성어나 이에 준하는 말에서 '니' 또는 '리'로 소리날 때에는 '니'로 적는다. / 청주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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