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에서 쟁점이란

미래사회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 보다는 창의적 유연성, 문제 해결력, 비판적 사고력과 올바른 인성의 함양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의 가치는 '학력신장'이라는 현실 앞에 무너지고 있다.

본보의 '즐·생·똑·토'는 이런 당장의 현실을 깨뜨리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의 논리적· 창의적인 사고력 증진을 위해 기획했다. 앞으로 논증일반부터 동서양의 대표적인 논쟁술, 토론수업의 진행방식과 평가방법, 영재교육의 특성 등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논증은 자신의 특정 견해를 효과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유기적인 말과 글이다. 말장난 같고 무용해보일 수 있지만 꼼꼼히 따지고 분석하다보면 지식의 체계를 만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부매일의 이번 기획은 충북도내 일선 교사와 정우진 한의철학박사가 함께 참여했다. 일간지중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본지의 창의적 비판력을 키우기 위한 시도가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편집자

논증은 언제나 상대방(opponent)이 있어야 합니다. 즉,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듯,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또한 논증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논쟁 혹은 토론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논쟁의 참여자가 다투고 있는 내용을 쟁점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논쟁의 참여자는 쟁점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쟁점은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숨어있기 일쑤고 이를 말이나 글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최근의 사회적 논란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A는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B는 '무료급식을 실시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 쟁점은 '무료급식을 실시해야하는가?'입니다. 이것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확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논쟁은 복잡하게 전개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쟁점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A : 취약지역의 아이들에게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시행해야합니다.
B : 그런 지역에도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시행해서는 안 됩니다.

이 예에서는 '전면적인 무상급식'이 가장 분명한 쟁점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쟁점이 있습니다. 즉, '부유층의 자녀가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하는가?' 입니다. 이것도 분명한 쟁점입니다. 쟁점 구분하기가 쉽지않죠. 쟁점이라면, 그 질문에 대해 '예/아니오'라고 답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보죠. '무상급식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만 시행되어야 하는가?'는 쟁점일까요?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하면 B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아니오'라고 답하면 A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쟁점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도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른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가?'도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위의 간단한 논변에서도 몇 개의 쟁점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쟁점1 : 취약지역에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하는가?
쟁점1-1 : 부유층의 자녀가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하는가?
쟁점1-2 : 무상급식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만 시행되어야 하는가?
쟁점1-3 : 제도에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른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가?

이 예에서 수개의 쟁점들은 결국은 최초의 쟁점인 '취약지역에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하는가?'에 함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쟁점 1에서 1-4로 나아감에 따라 추상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쟁점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쟁점임을 판단하는 방식은 같습니다. 즉, '예/아니오'의 대답에 따라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최대한 발생 가능한 쟁점을 찾아내 자신의 찬반 입장을 명확히 한 뒤 논리적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올바른 토론 입니다.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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