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종시 수정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박근혜 전 대표를 놓고 친이(親李)-친박(親朴)계 의원들 간에 설전이 벌어지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친이계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10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근혜님에게'라는 글을 통해 박 전 대표에 대해 "남이 정한 당론은 안지켜도 된다는 것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이 문제로 삼은 것은 '당론'. 정 의원은 지난해 언론관계법 통과 때에는 이미 당론으로 결정된 것을 박 전 대표가 반대하고 수정안을 내 통과시켰는데도 세종시에 대해서는 당론으로 통과됐다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당론을 뒤집을 수 없다'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을 비판했다.
정 의원은 "근혜님은 지난해 이미 당론으로 결정된 미디어법을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법이라고 하시면서 그 처리를 막고 수정안을 내 관철시킨 적이 있다"면서 "당시 한나라당은 막강한 근혜님의 주장에 묵묵히 따랐다"고 밝혔다.
또 "그런데 지금 근혜님은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이를 반대한다고 한다"며 "그것도 충청도민에게 먼저 물어보라는 스스로의 말까지 뒤집으면서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혹시 자기가 정한 당론은 지켜야하고 남이 정한 당론은 안 지켜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역린(逆鱗)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또 박 전 대표가 2002년 이회창 총재 체제를 '제왕적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난하면서 탈당한 점을 들어 "당시의 한나라당 체제는 당론으로 정해진 체제였다. 그런데 근혜님은 이를 전면 부정한 것"이라며 "근혜님은 과거의 이회창 총재보다 더하다는 세간의 얘기를 들으신 적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도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 방침에 대해 "한나라당 당헌에 당론 변경을 위한 민주적 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당론이 변경돼도 반대'라고 미리부터 밝히는 것은 한나라당의 존립과 직결되는 해당(害黨)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친박계이자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처럼 박 전 대표를 겨냥한 친이계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지난 8일에 이어 이날 또다시 "박 전대표에 대한 인신비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한층 더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박 전 대표 죽이기 배후와 의도를 밝혀라'라는 글을 통해 "정두언, 정태근, 김용태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인신비방을 릴레이로 하고 있다"며 "거기에는 분명히 의도가 있고 또 배후가 있고 세력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신비방의 신호탄을 쏘는 세 사람의 공통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이라는 점"이라며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동시다발로 박 전 대표에 대해 본질과 무관하게 적대적 감정이 섞인 비난에 몰두하는 것을 봐도 계획적이고 의도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세종시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의회정치, 법치주의, 신뢰정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수와 힘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근본적인 논쟁과 완전 무관하게 소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박 전 대표에 대해 연일 인신비방을 퍼부어대는 것"이라며 "세종시 외에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는 확신의 일부 근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을 중단하기 바란다'라는 내용의 글을 통해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은 세종시 문제의 본질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적대적 감정표출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보다 더 확고부동한 당론은 있을 수 없다"면서 박 전 대표가 언급한 '신뢰'에 관해서도 "세종시 문제는 정치 신뢰, 정부 신뢰,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뢰를 지키는 것이 더 큰 효율이고 효과"라고 주장했었다.
박 전 대표의 공보특보를 지낸 친박계 구상찬 의원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무엇이 국가백년대계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통해 "내가 하면 백년대계의 애국이고, 반대하면 사리사욕이라는 과거 좌파정권의 이분법적 흑백논리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구 의원은 "정몽준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수차례 언급했듯이 한나라당 당론은 엄연히 세종시 원안 추진"이라며 "이 당론을 지키자는 게 어떻게 해당행위이고 제왕적이냐"고 반박했다.
아울러 "불과 두세달 만에 뚝딱거려서 내놓은 게 세종시 수정안인데, 두세달 만에 내놓은 국가 백년대계를 본적이 있느냐"면서 "오히려 수정안이야 말로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하지 않고 민주주의 기본마저 부정하는 시류영합적 내용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구 의원은 또 "더구나 정부는 땅값 인하를 전제로 재벌들과 사전에 교섭해 세종시 입주 협상을 벌였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막후 흥정을 통해 입도선매식으로 국유지를 팔아넘기려는 것이 애국이란 말이냐"며 "재벌이 세종시에 투자해야 애국이고, 다른 지방에 투자하는 것은 매국이냐"고 호소했다.
이처럼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표면으로 분출되고 있는 당내 갈등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향후 당내 의견조율 방침 등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지난 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당론을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다수결 원칙이 기본이지만 이것이 만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에서 (당론을 결정)할 때에는 더 많은 대화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만 언급했다.
또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간담회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장 사무총장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세종시가 잘 되도록 했으면 한다는 정도를 얘기하려 했지만, 저녁에 당정청 모임도 있고 해서 간담회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1일 있을 세종시 수정안 발표와 관련해 당·정·청은 이날 오후 8시에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몽준 대표·정운찬 총리·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수뇌부 8명이 모인 가운데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점검 및 향후 대책 논의 등을 벌일 예정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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