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용지원센터 가보니 "이젠 나오지 마세요"

"연말만 되면 이래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일했는데 갑자기 휴일에 전화해서는 '이제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니…. 안그래도 힘든데 겨울 되면 더 힘들어요."

19일 오전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청주종합고용지원센터를 찾은 50대 후반 최미희(여·가명)씨는 착잡한 마음으로 40분째 상담순서를 기다렸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오창의 식품가공업체에서 일했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해고통보를 받았다. 근무한 지 7개월만이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이맘때도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해 실업급여를 신청해 5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았었다.

10년째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박만수(54·가명)씨는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처음으로 센터를 방문했다. 겨울철 일감이 없어 회사에서 아예 3월까지 월급을 못준다고 통보해왔단다.

청주시청 경제과에서 지난 6~12월 희망근로를 했던 변모(25)씨도 약간의 실업급여에 기대를 걸어본다. 희망근로 참가자들의 경우 고용기간이 6개월에서 10일 가량 모자라 실업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희망근로사업 전후로 한달 이상 재취업하면 석달간 70만원 정도씩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변씨는 희망근로 이전에 석달간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됐다. 행정인턴의 경우도 180일 이상 근무했거나 전후로 180일을 채워서 일했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경기침체에다 겨울철 실업난, 희망근로와 행정인턴사업이 줄줄이 종료되면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이들이 폭증하고 있다. 청주고용지원센터에는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40~50명이 잔뜩 웅크린채 상담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를 눌러쓴 20대부터 회색머리의 60대까지 다양하다.

▲ 19일 오후 청주 고용지원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천명에 육박하는 등 경기침체로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 김기태


청주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1월18일 현재) 2천547명이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했고 그중 60%는 희망근로 참가자와 행정인턴이다. 상담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월요일에는 하루 최대 500명에 달해 상담창구는 북새통이다. 밀려드는 신청자들을 못 이겨 실업급여 상담원도 기존 3명에서 이달부터 4명으로 늘렸다. 이들 4명이서 하루 최대 650여건의 창구상담과 전화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해동안 충북에서는 3만430명이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해 2008년 2만2천863명에 비해 33% 급증했다. 지원금액도 지난해 한해 1천130억9천100만원으로 2008년 780억2천500만원에 비해 45%나 폭증했다.

실업급여 신청은 1월을 중심으로 겨울철에 특히 몰려있다. 지난해의 경우 1월에만 4천605명이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하는 등 1~3월이 40%에 달한다.

청주고용지원센터 운영지원팀 김상관 담당은 "1월 실업상태인 이들이 급증해 실업급여 신청자도 급증하고 있다"면서 "외환위기 직후인 2009년 1월에도 실업급여 신청자가 폭증했었는데 올해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희망근로사업 등 기간제가 다시 시작되면 일시적으로 실업자가 줄겠지만 체감실업은 여전히 힘들고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오전에 방문해 오후 2~4시 실업급여 설명회를 받는 게 두 번 발걸음하는 것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김미정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