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수 충북대 경영대학 교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구복지루(口腹之累)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즉, 먹고 사는 게 큰 문제이자 고민거리라는 것이다. 이 사자성어의 깔려있는 의미 중 큰 의미는 팍팍한 세상살이의 고단함이 절실히 베어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대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직장인들에게 있어 먹고 사는 게 큰 걱정거리라면 그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살기 위해 먹고 입으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고, 먹고 살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양쪽 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그 의미의 숨은 뜻은 간단하지만 쉽사리 명쾌하게 풀기 어려운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람은 반드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속의 깨알 같은 잔모래알처럼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경제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여러 가지 다양한 경제활동 속에서 이익을 창출하며 보다 더 진보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인간의 경제활동이란 철학적인 요소와 사회적인, 그리고 도덕적인 요인들이 적당하게 섞여서 각자 원하는 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직장인들의 월급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내려가고 있으며 물가는 하루가 멀다하며 치솟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직장인들은 다른 여가활동이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기 위한 활동 등을 차단해 버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사교육비와 아내의 시장바구니물가, 우리들의 얇아진 지갑이 면밀히 속을 쓰리게 한다. 쓰디쓴 약을 먹는 것처럼 약을 먹지 않으면 더 큰 병을 키우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심리에 부딪쳐 여기저기서 한숨소리만 듣게 된다. 로또방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며 남아있는 일주일이 기대로 부풀어 행복하리만큼 경제의 도덕성에 얼룩이 되어 차츰차츰 흐려진 사고들로 젖게 만든다.

누구를 탓할 것이며 누가 질타의 소리를 드높일 것인가? 분주한 세상살이에 중독되어가는 우리의 마음이 한순간의 욕심으로 저버릴 수는 없다. 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게 만든 세상의 논리에 우린 적응해 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자본주의 하부구조를 지탱하는 회계학을 교육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자본주의 이점과 맹점을 모른 체 할 수는 없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세상살이를 하는 우리로서는 아주 먼 옛날, 사람이 만들어져서 군집생활을 하고 사회라는 큰 기틀을 마련해 갈 때 화폐와 부는 필수적으로 생성되었으니까 말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목표를 향하여 매진하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맛보았을 때 그 희열과 성취감과 존재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먹고 사는 게 큰 걱정이라는 것 이전에 지나친 욕심과 열등감에 둘러싸여 있지 않고 얼마나 세상의 물결 속에 속해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지 나부터 조용히 반성해 본다. 끝없는 과욕과 반성하지 않는 무던한 태도가 날 스스로 내성으로 덮진 않았는지 아주 기본적인 마인드를 다시 체크하고 싶다.

우린 더불어 살고 같이 어울려 지내야만 살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이다. 나와 내 가족의 핑크빛 인생을 위해 독해질게 아니라, 먹고 살기 힘든 요즘에 다 같이 웃고 행복해하며 나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이웃들을 지켜볼 용기와 시간을 만들어 구복지루가 아닌 우리들이 사회에 강구연월(康衢煙月)할 수 있는 희망이 되고 싶다.

왜 이렇게 팍팍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 탓할 시간이 없다. 그저 우리네의 현재적 운명이 이 시점이라면 피하지 말고 즐기되, 나만의 고통과 좌절만이 아니라는 위로를 달게 하도록 하자. 절실히 원하면 언젠가는 꼭 성취한다고 하지 않던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서로 어루만져 주면서 힘이 되어 부디 지금의 노력과 시련이 빛나는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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