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이 27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분당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내 치열한 토론을 주장하는 친이계와 '밀어붙이기' 및 '공식토론'은 내상만 입힐 것이라는 친박계의 주장이 격돌하기도 했다.

박희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항간에 우리 당이 깨질 것이라는 말들이 상당히 퍼져있는데 이것을 그냥 보고 지나친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단합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단생산사(團生散死)를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순신 장군과 이승만 전 대통령 역시 단생산사를 주장했다고 언급하며 "우리가 구국(求國)을 한다든지하는 거창한 생각은 아니지만 적어도 구당(求黨)은 해야겠다"며 "이 네 마디 말을 품고 자기 언행을 해 나간다면 반드시 국민신뢰가 우리에게 쏠릴 것이고 우리가 깨어지는 일은 안심해도 되지 않겠는가"라고 소리높여 주장했다.

이에 친박계 박종근 의원은 오랜만에 발언권을 얻어 "당이 일치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저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론이 분열되고 당에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고, 야당은 결사적으로 반대투쟁을 하고, 지역별 민심이 동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렇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는가"라고 의견 규합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正)과 반(反)의 갈등을 통해 합(合)을 이룬다는 헤겔의 '정반합'을 언급, "한나라당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정반합의 치열한 토론과 변증법적인 논리에 따라 발전하고 또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이 깨지거나 하는 점은 너무 우려하지않아도 되지 않는가하는 낙관적 생각을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장광근 사무총장 역시 "정부가 제출한 민감하고 중요한 법안에 대해 당 입장 정리를 위한 논의 절차는 집권여당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며 "진정성과 인내심을 갖고 충분히 토론하되 치열하게 토론한다면 슬기로운 결론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안 원내대표의 말에 힘을 실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경필 의원도 "세종시 문제는 당 내에서 민주적 절차와 토론을 거쳐야 하고 당내 구속력 있는 당론 채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해 의안을 심사하는 '전원위원회'를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이 다시 발언권을 잡고 분명한 반대의사를 피력하면서 분위기는 더 냉각됐다.

허 최고위원은 "세종시 문제는 입장이 워낙 명확하고 첨예하기 때문에 이것을 공적인 토론에 부칠 경우, 같은 식구끼리 감정 앙금만 남고 결국 결론도 못내면서 당 분란만 국민에게 크게 보여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한나라당 구성원은 이런저런 자유로운 자리에서 친이-친박도 없이 서로간 많은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 최고위원은 이어 "내상만 입고 감정 앙금만 생기는 불행한 결과로 안 간다는 보장이 어딨는가. 지혜로운 중진들이 이점을 고려해 말하기 좋은 온갖 토론, 치열 등의 말보다 이런 것이 당 앞날에 생산적으로 도움이 될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안 원내대표는 "이게 바로 우리 한나라당이 살아있는 정당, 미래있는 정당임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서로 의견을 조금씩 달리 한다고 해도 당을 위한 기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본다"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