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등 딛고 '빛나는 졸업장' 귀감

"시험이 제일 힘들었어요. 어렵고 힘든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살아가려고요."

배움에 나이가 없다지만 만학도들이 맞는 졸업의 기쁨은 남다르다. 동생뻘 혹은 자식뻘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시각장애를 딛고 배움을 마친 만학도들이 알려져 화제다.

청원군 내수읍 마산리 이장인 류인관(65)씨는 지난 2004년 내수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배움의 끈을 다시 잡았다. 자신이 기능직으로 근무한 터라 한때 동료였던 선생님은 물론 자식같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게 여간 겸연쩍은 게 아니었다.

류씨는 2007년 2월 내수중학교를 졸업한 뒤 그 해 3월 청주농업고등학교 산림환경과에 입학했다. 월남전 고엽제 영향으로 몸이 불편함에도 명예 선도위원으로 활동한 류씨는 임업종묘기능사를 취득할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오는 17일 청주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류씨는 만학의 꿈을 키우기 위해 충북대 농대에 수시 합격했으나 주성대학교 복지학과에 입학해 어렵고 힘들게 사는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힘쓸 계획이라고 한다.

이 학교의 또 다른 만학도인 남일현(47)씨.

그는 "노력한 것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인생인것 같아요. 하지만 공부는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와요. 공부는 진실합니다"라고 말한다.

청원군 남일면 송암리 이장과 청남농협 이사 등을 맡고 있는 남씨는 경제형편으로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했던 배움의 한을 풀기 위해 2007년 청주 농업고등학교 골프환경과에 입학했다.

교사들로부터 칭송을 들을 만큼 열정과 집중력으로 학업에 열중했으며, 급우들과 일일이 상담을 하는 봉사활동을 펼쳐 학생들을 도왔다.

1년에 한차례 같은 반 35명의 급우들과 함께 삽겹살 파티를 해준 것이 추억이라는 남씨는 야간대학교 토목과에 입학해 공부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류씨와 남씨는 졸업식에서 교육감 표창을 받는다.

지난 10일 충주성모학교를 졸업한 강채곤씨(67)와 김연태(42)씨, 나기용씨(49)의 만학 사례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강채곤씨는 십여년전 고혈압으로 쓰러져 시각장애 5급 진단을 받은 뒤에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2006년 고입 검정고시와 고졸 검정고시를 한해에 합격했다.

이어 강씨는 2007년 충주성모학교 고등부에 입학해 직업 재활의지를 다지고 여러 가지 수기 요법과 침술 등을 배우는 등 삶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강씨는 졸업한 뒤 학교에서 배운 침술을 가지고 무료 봉사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낼 계획이다.

1986년 대전 대성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연태씨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후천적 녹내장으로 인해 실명한 뒤 2007년 충주성모학교 고등부 재활과정에 입학해 안마, 수기요법, 침술을 배우는 등으로 직업재활 의지를 다졌다.

또, 선천적 시각장애를 갖고 불편한 눈으로 농사를 지으며 노모를 봉양하는 나기용씨는 2006년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2008년 대전맹학교에 입학하고, 2009년 3월 충주성모학교 고등부에 전학해 수기요법과 침술을 배우는 등 직업재활 의지를 다졌다.

나씨는 현재 천안시각장애인연합회 홍보이사, 충남시각장애인연합회도지부 대의원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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