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농사 향기롭지만은 않아요"

 

전성일씨

전국에 눈이 내린 18일 진천군 화훼단지에도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봄을 먼저 맞은 화훼단지는 졸업·입학시즌과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꽃 수확이 한창이다.

18일 오전 진천군 덕산면 용사마을 전성일(50)씨 농가는 '봄의 꽃' 프리지어 수확으로 분주했다.

"그래도 올해는 수확이 좋은 편이에요. 가장 바빴던 설 직전에는 하루에 1만단(1단 10개 묶음)을 출하했어요."

2천평 규모에서 노란 '샤이니 골드'와 자주빛 '핑크주엘'이 하우스별로 발육 차이를 두고 자라고 있다.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기 전이라 특유의 향기는 적었다. 이들은 3중 수막 비닐하우스 안에서 한겨울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내부온도는 18℃. 비닐하우스 안팎에는 난방을 위한 커다란 경유통이 있다. 프리지어는 저온성 작물이라 기온에 덜 민감한 편이지만 영하 15도로 내려갈 경우 하루 난방비만 100만원에 달한단다.

"꽃농사는 종자부터 하우스 설비, 난방, 날씨 등이 다 잘 맞아야 해요. 저도 7년째 하고 있지만 지금도 첫 걸음인 걸요. 좋은 품질 내기가 어려운데 그래서 꽃 한 송이라도 예쁘게 나오면 기분좋아요."

요즘은 해가 뜨면 꽃을 따고 해가 지면 묶음단위 포장을 한다. 일은 필리핀, 스리랑카 출신 연수생 2명이 돕고 있다. 출하는 이틀에 한번. 올해는 1단에 2천~2천500원을 받고 있다.

"꽃은 90%가 로얄티 내는 외국품종인데 이건 우리품종이에요. 농진청의 '직무육성품'. 우리품종이 외국품종에 비해 꽃봉우리가 2~3배 더 크고 향이 좋고 오래갈뿐 아니라 건강해요. 그 자부심으로 일하죠. 아시아 최고 화훼시장인 일본을 석권하는 게 제 꿈이에요."
 

김영구씨

낮 12시 덕산면 산수리 김영구(59)씨 장미농가의 실내 온도계는 38℃를 가리키고 있다. 간밤에 내린 눈을 녹이기 위해 평소(25~28℃)보다 온도를 높여놓았다. 10분을 서있기가 무섭게 땀이 뚝 흘러내린다. 김씨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겨를도 없이 흰 장미 수확에 여념이 없다. 매일 아침 8시반에 나와 오후 6시까지 장미를 딴다. 18년째다.

"2월달이 1년 중 제일 바빠요. 올해는 춥고 일조량이 떨어져서 수확량이 20%가량 줄었어요. 하루에 400~500송이 출하해요. 예년에는 1천송이까지 한걸요."

1천평의 장미나무에는 사람 양팔 간격에 하나씩 둥근 전열등이 달려있다. 곳곳의 전기히터까지 포함하면 모두 150개. 비싼 난방비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전기로 교체했다. 이곳 장미들은 전열기기와 11겹의 비닐하우스로 겨울을 난다.

"힘든거요? 겨울 연료비 때문에 힘들죠. 전기로 바꿔 기름값의 1/3수준이지만 그래도 한겨울에는 한달에 600만원이여." 로열티도 만만치 않다.

"여기 장미는 작년에 심었는데 로열티만 1천800만원 냈어요. 7~8년마다 한번씩 묘종을 바꾸니까 그 때마다 그렇게 나가는 거지. 그래도 국내품종보다 외국품종이 더 값을 받으니까 로열티 부담이 커도 비싼 거 심는 수밖에…."

김씨는 일명 '미니장미'로 6년전부터 일본, 재작년부터 러시아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 하우스 내부에는 농약 냄새가 없다. 지난해부터 성충을 이용한 친환경재배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농약을 안 치니까 꽃향기가 좋고 벌레가 없어 꽃이 싱싱하더라구요. 첫 단추니까 좋으면 진천화훼단지에 확대할 거에요."

꽃피는 춘삼월을 앞두고 화훼농가들은 바쁘지만 그래도 꽃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즐겁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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