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위해 수정 필요", "약속했으면 지켜야" 맞서

세종시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여온 한나라당 친이계(친이명박계)와 친박계(친박근혜계)가 22일 열린 당론 변경 의원총회에서 격돌했다.

친이계는 의총에서 세종시 정부 수정안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과거 세종시 원안이 당론으로 정해지는 과정이 부실했기 때문에 '당론 수정'이 아니라 '당론 채택'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는 의총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약속하고 법으로 만든 것을 폐지하려 한다며 원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일부 친이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친이계를 압박했다.

◇친이 "국가 미래 위해 세종시 수정해야"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위헌 판결이 내려진 후 후속 대책으로 만들어진 법률인 만큼 바꾸는 것이 정당하다"며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하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토론 후 당론을 바꾼다고 해서 당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이계 진수희 의원은 일부 친박계 의원이 세종시 원안 표결 당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을 언급하며 "5년 전 세종시 원안을 표결했을 때와 달리 찬성이 반대, 반대가 찬성에 가 있다"며 "왜 찬성·반대가 바뀌었는지 이유를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또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약속과 신뢰를 얼마나 중시하는 지를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세종시 수정안을 채택되도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정안의) 소통과 갈등 비용이 크겠지만 행정부처가 이전하면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에 비하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 차명진 의원은 "당론은 한 번 정해지면 지켜져야 하는데, 한 번 정하고도 이미 바꾼 적이 있다"며 "세종시 당론은 변경할 수 있고,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친이계 이춘식 의원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세종시 원안은 꼭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김영우 의원은 "세종시 원안은 박 전 대표가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고, 이는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제라도 국가 정책의 원안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약속했으면 지켜야"…친이계 막말 질타

반면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한나라당이 대선공약을 통해 세종시에 대못을 박아놓고 이를 뽑겠다고 하는 것은 제 집을 제가 부수겠다는 것"이라며 "이 집을 부숴버린 한나라당에게 다시는 국민 누구도 집을 지어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수정안은 국회 통과가 어렵고 해당 상임위인 국토해양위 통과도 어렵다"며 "약속을 했으면 행정부가 지키게 당이 질타해야 한다. 국민투표하자고 주장하는 건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인 한선교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친이계 진수희 의원을 정조준하며 "한나라당의 중요한 기관인 여의도연구소의 책임자가 지도자에게 쌍욕을 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 의원의 발언 내용이 사실일 경우 여의도연구소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간지 보도에 따르면 진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DMC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사기를 안 치려면 분당을 해야 한다"고 말한 후, "하지만 '이혼해' 하다가도 누구 좋으라고 이혼해주냐, 어느X 좋으라고. 그러니 분당도 마찬가지지"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원안에 찬성하든 원안을 반대하든 각자의 책임"이라며 "다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굴레에 대해서도 각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실상 정치인은 공약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이렇게 도장을 찍은 당론을 바꾸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친박계 유재중 의원은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며 "수정론자들은 효율성을 이야기를 하는데 부산·경남·호남 등은 오히려 가까워지는 만큼 오히려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맞섰다.

일부 의원들은 절충안을 주장하며 당내 화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절충안 제시 후 친박계와 갈등을 겪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정권 재창출,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이라며 "오늘 의총이 과격한 비판으로 인해 싸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보기에 희망이 보이는 토론의 장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2012년 대선까지 갈 수밖에 없다. 그때 까서 결론내면 된다. 절충안도 공통분모가 없어 의견 모으기도 어렵다"며 "논의를 중단하고 펜딩시키는 게 좋다"고 유보론을 거듭 주장했다.

친이계와 친박계는 의총 진행 방법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사회를 맡은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이 비공개 토론을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친박계 일부 의원은 "공개로 해야지. 언론이 많이 왔는데 국민 앞에 숨길 것이 뭐가 있느냐"라며 항의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회의가 시작된 후 의원들에게 거수로 의총 공개 여부를 물었고, 그 결과 약 120명의 의원중 30명 가량되는 대다수 친박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공개를 원해 의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의총은 당일 이어진 많은 의원들의 발언 신청에 따라 23일 열릴 예정인 의총에서 다시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의총에는 정몽준 당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친이계인 정두언·진수희 의원, 친박계인 유정복·이정현 의원 등 150여명 안팎의 의원들이 참여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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