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철학박사

이전에도 말했지만, 논쟁은 승리를 목표로 합니다. 때문에 합리적 귀결을 목표로 하는 논증과 구분됩니다. 그러나 논쟁의 성패도 결국에는 합리적 기준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임기응변의 재주로 논쟁의 상대를 이긴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승리일 뿐입니다. 물론, 논쟁의 관객들은 종종 그런 승리에서 강렬한 인상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성적이지만 동시에 감정적인 인간은 그런 인상을 오랫동안 간직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논쟁의 진정한 성패는 알려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대중들에게 일시적인 논쟁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논쟁술은 어느 정도 대중의 시선을 오도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논쟁술에 관해서 중언부언하는 이유는 그런 잘못된 논쟁술에 말려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논쟁술 중에 '상대편의 주장은 확대하고 자신의 주장은 줄여라'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상대편의 주장은 비약시키고 자신은 근거와 주장의 사이를 좁히라는 것입니다. 상대편은 '~이다'라고 주장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자신은 '~일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되겠습니다. 앞의 경우는 비약이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그런 비약이 없습니다.

A1, A2, A3… 따라서 A이다.(비약이 있다. …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고 따라서 추정의 대상일 뿐이다.)

A1, A2, A3… 따라서 A일 것이다.

비약을 찾아내는 능력은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데 중요합니다. 우리는 비약을 통해서 주장의 배후를 읽어내고 또 그 주장을 평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말에 비약이 있으면 그곳에는 생략된 전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한반도로 온 기마민족은 뛰어난 조선술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배를 타고 동해를 경유했을 것이다'라는 논증에는 '육지로 오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거나 '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전제를 찾아냄으로써 논증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논증의 모순을 통해서 배후를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의 말에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있거나 기존의 사실과 배치되는 내용이 있다면 무언가가 그 배후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순과 비약은 배후를 찾아내는 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배후를 찾아냄으로써 또 그런 시야를 기름으로써 비판적 태도를 지니게 됩니다.

그런데 배후를 찾아내는 것은 비판적인 평가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점을 강조해 두고 싶습니다. 논증이든 논쟁이든 혹은 토론이든 모두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한 방편에 불과합니다. 논증은 상대 즉, 논적자와 함께 벌이는 재미있는 지적유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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