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수 충북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누가 그랬던가?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왠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건 '고통'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얼마전 성황리에 마친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보노라면 그 훌륭하고 많은 선수들 한명 한명이 정말로 대단해 보이고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의 자랑이자 멋진 성과를 거둔 메달리스트들이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모습엔 저마다 커다란 메달이 걸려져 있어 우리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인간적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과 눈물 그리고 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올림픽의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위해 4년을 한결같이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관심밖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만의 자랑이 아닌 세계 속의 쾌거를 달성하고 위풍당당(威風堂堂)하게 서있지 않은가?

무엇을 위해 무엇으로 하여금 세계무대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게 했는지, 한 겹 한 겹 매순간 순간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건 메달을 목에 건 그들의 환한 얼굴이 아닌, 숨은 그들의 열정이 더 뜨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열정으로 가득한 노력과 고통을 극복해낸 것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밖으로 나가면 "Republic Of Korea"라는 말을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우리나라의 기상이 점점 더 멀리 뻗어나가는 것 같아 자랑스러움의 극치를 느껴도 목에 힘이 들어가도 충분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보여 준 극복의 의지를 같은 한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열정의 도가니에 푹 빠져 어떤 성과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의 열정이 세계 어느 민족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거라 감히 믿고 싶다. 열정이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듯이 삶의 내용에는 열정적인 요소를 익히 만들어 빛을 내야만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국민성은 너무 빨리 한쪽으로 몰렸고, 극단적인 근성과 더불어 쉽게 식어버린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우리의 근성이 그렇다할지라도 내 품으로 보듬어 더 큰 사랑으로, 아낌으로 살고 싶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 많고 여리고 지혜로우며 재빠른 우리네가 그리고 열정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자화자찬이라도 우리는 격려해 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격려만으로 해결되지 않은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구 반대쪽에는 지진과 홍수, 안쪽에는 세종시와 교육개혁 및 4대강 사업 등이 여전히 혼란 속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소외되지 않기 위해 만든 제도 속에 다른 소외를 낳고 어느 것이 과연 맞는 일이고 옳은 생각인지 그 정답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면 최선의 선택이 결국 자리매김할 것이다.

열정이 많고 안주하지 않으려는 우리 국민이 부지런한 근면성의 균형을 잘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잘살기 위해 논쟁을 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뿜어내는 게 아니던가? 우리 국민의 근성과 드러나지 않을 매력까지도 시간이 지나가면 진한 발자취를 역사와 후세에 남을 것이다. 우리 자신을 넘어 시간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저력이 우리 정신에는 깊이깊이 못 박혀 있다. 순수한 열정을 잃지 말고,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논리에 흔들리지 말고 의연한 기상으로 대한민국이 건재하는 원동력이 우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걸 가끔은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벤쿠버 동계올림픽 영광의 얼굴들을 위해 박수를 보내되, 쉽게 잊어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라 세계 속의 대한민국, 대한민국 속의 세계를 가슴에 남겨야 할 것이다.

삶의 열정이 깃들어 있다는 건 삶을 포지하지 않으려는, 고통을 뛰어넘는 의지가 다분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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