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들에 대한 법원의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 법원 가운데 5번째로 열린 청주지법에서는 유죄를 판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럼 법원은 같은 사안을 같고 왜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시국선언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개인적인 의사 표현인지, 아니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등을 위반한 정치적인 집단 의사 표현인지에 대한 판단의 차이 때문이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권성수 판사는 4일 시국선언을 주도,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교조 인천지부장 임모씨 등 인천지역 전교조 간부 3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권 판사는 "교육과 관련 없는 시국상황이나 정책부분에 대한 인식, 그에 따른 국정쇄신 요청은 '정치적 의사 표현'에 해·당한다"며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한 집단행위 등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1단독 조병구 판사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교조 충남지부장 윤모씨에 대해 벌금 100만 원 등 간부들에 대해 유죄판결했다.

조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정부의 정책결정 저지를 위한 것으로, 사회적 파장을 가져오기 위한 집단적 정치적 의사표시"라며 "고도의 공공성, 중립성, 사회적 책임성을 가져야 할 교사의 정치의사 표시는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달 전교조 간부에 무죄를 선고한 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균태 판사는 "시국선언은 특정 정파·정당에 대한 지지·반대 내용을 포함한 것이 아니다"며 정치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봤다.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바라는 상황을 밝히고 비판한 것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의 기소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동현 판사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대전지부장 이모씨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시국선언 행위가 법이 금지하는 집단행위가 되려면 공익에 반하는 행위, 직무전념 의무 위반, 직무기강 저해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이번 시국선언은 공익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특히 "피고인들의 정부 비판이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다수 대중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지라도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아닌 한 이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치러야 할 필연적 대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청주지법이 9일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교조 간부 2명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림에 따라 공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하 판사는 판결문에서 "시국선언이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 반대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특정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점을 누구나 알 수 있다"며 "더욱이 과거에 비해 성숙한 의식을 갖고 있더라도 성인에 비해서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이 미숙한 학생들이 정부의 정책을 집단적으로 비난하며 시국선언을 하는 교사들을 보고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점, 나아가 이는 중립적인 교사들로부터 교육을 받고자 하는 통상적인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시국선언으로 침해되는 공익이 적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결국 같은 사안을 놓고 재판부가 저마다의 결론을 내리면서 잇따라 예정된 전국 14개 지방법원의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선고 공판 이후 이어질 항소심 재판의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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