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지난달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사상 유래 없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금메달이 예상됐던 선수들은 약속을 지켰고, 그렇지 않았던 선수들도 예상 밖의 선전을 했다. 온 나라가 들썩였고 많은 국민들이 선수들의 빛나는 활약상에 집중했다.

주최국 캐나다도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빛이 화려할수록 어둠이 깊은 법. 캐나다는 최고의 올림픽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지만, 대회가 끝난 현재 1.2조원의 재정적자에 허덕이게 되었고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끌어 안아야할 과제가 되었다.

밴쿠버시의 대규모 재정적자나 강원도의 알펜시아리조트 조성에 따른 대규모 적자 등에서 보듯이 지자체들의 중장기 재정운용상의 어려움은 우리 충북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일본이 재정적자 심화로 국가 부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일본내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과거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처럼 일본이 국가부도 위기를 맞으며 IMF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소비세 인상 등을 발표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평생 동안 열심히 노력해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우리 국민들도 지금 스포츠에 푹 빠져있을 시기는 아니다. 금융위기 상처가 아직도 채 아물지 않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금융 폭탄'이 전 세계 상공을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PIGS(포르투칼,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에서 이 폭탄이 터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태원 SK회장은 "생존을 위해 1년 넘게 모르핀을 맞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모르핀을 맞으면서 연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며 "이제는 그만 빼야할 시기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줄이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다. 사실 정부도 더 이상의 지원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지난 2003년에 165조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366조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올해도 40조원 증가한 407조원이 예상된다. 거둬들인 세금으로 국가경영을 했지만 적자가 발생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계속해서 국채를 발행한 것이다. 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적게는 5조원, 많게는 25조원의 빚을 해마다 갚아야 한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장기적으로는 재정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민간 부문이 자생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앞으로 20년이나 걸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 경영자들도 긴장해야 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다시 한 번 힘차게 뛰어야할 시점이다. 한가롭게 올림픽을 즐길 여유가 없다. 무슨 일이든 절박함이 있어야 성공확률이 높다고 말하지만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절박해져 보는 것은 어떨까? 강덕수 STX그룹 회장처럼 말이다. 약속 하루 전에 투숙할 호텔 근처에서 폭탄테러가 발생, 수십 명이 사망했지만 "비즈니스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바그다드에 입성했다.

물론 나올 때는 300만톤 규모의 일관공정 제철단지와 500㎿급 발전소 건설 계약서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과연 강덕수 회장이 사지로 뛰어들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을까? 아니다. 성공을 위해 자신을 절박한 상황으로 내던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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