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 32년간 행복한 외길

"요리는 패션입니다. 맛은 기본이고 눈으로 봐도 맛있어야 해요. 예전에는 영양만 중시했는데 요즘은 맛, 건강, 예술적 감각 다 만족시켜야 해서 더 어려워졌어요."

음식드라마 '파스타'의 인기로 요리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 박원길(56) 총주방장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라마다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60여명의 요리사를 이끌며 뷔페레스토랑, 스카이라운지, 중식당, 일식당, 연회, 예식 등 모든 요리를 총지휘한다. 총주방장(Executive Chef)은 요리사 서열의 최고 자리. 요리사의 직급은 트레이닝을 거쳐 쿠킹 헬퍼, 써드 쿡, 세컨드 쿡, 퍼스트 쿡, 어시스턴트 헤드 쉐프, 헤드 쉐프, 슈 쉐프, 이그제큐티브 슈 쉐프, 이그제큐티브 쉐프 등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 그래서 요리사에게는 인내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32년 조리경력의 그가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군대 조리병이 계기였다. 1975년 미8군 카츄사에 군입대해 서양식을 만들면서 요리에 재미를 붙였고 이후 레디슨 프라자호텔, 그랜드힐튼호텔, 하얏트호텔, 노보텔 강남 등에서 일했다. 정몽준, 박근혜 의원, 외국대사들이 그의 단골이고, 충북을 방문했던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우택 도지사도 그의 요리를 맛보고 좋아했단다.

"좋은 맛을 내려면 체력적으로 건강해야 해요. 운동도 꾸준히 하고 출근할 때와 퇴근 후에 꼭 샤워를 해요. 좋은 컨디션과 위생을 위해서. 공부도 많이 해야 해요. 좋은 맛은 쉽게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외국에 나갈 때마다 요리 관련 원서를 사오는데 300권 정도 돼요.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요리사의 길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뭉뚝한 두 손에는 '영광의' 상처들이 가득하다. 왼손 중지는 칼에 베어 8바늘을 꼬맨 뒤 지금은 구부러지지가 않고, 곳곳에 바늘자국과 굳은살, 불에 데인 상처가 있다. "음식할 때는 집중하고 정성을 들여야 해요. 자칫하면 피를 봐야 하는 안전사고가 생기니까. 실제 주방은 체계가 딱 잡혀있고 자유롭지 않죠"

그는 후배 요리사들 사이에서 '엄격한' 선배로 통한다. 하루에도 수시로 홀을 돌며 음식상태를 체크하고 소스 하나도 엄격하게 모니터하기 때문. 박 총주방장은 아침 7시 출근해 조식상태를 챙기고 오전 10시 미팅을 하면서 연회나 특이사항을 꼼꼼히 체크한다. 그날그날 음식 재료상태부터 맛, 세팅, 음식상태 등을 깐깐하게 살피며 컴플레인 제로에 신경쓴다.

"봉사정신이 필요해요. 좋은 요리를 위해 몸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음식으로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하거든요. 휴일이나 크리스마스, 연말 등 시즌에는 호텔이 더 바빠서 가족들과 함께 못 있으니 그것도 봉사정신이 필요한 부분이죠(웃음)."

박 총주방장은 외식 하면 꼭 "잘 먹었다"고 얘기하는 버릇이 있단다. 주방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조리사는 엄마'라고 정의하는 박원길 총주방장,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요리에 정성을 쏟고 맛과 멋, 영양을 담아 맛있는 요리를 연구한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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