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청주상당경찰서

지난 9일 강원, 영동 지방을 비롯해 전국에 폭설이 쏟아지면서 충북에서도 도로가 빙판길로 변해 곳곳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치는 등 인명 및 많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충북 경찰에서는 지난 9일 강설에 대비해 주요 교차로에 교통경찰을 배치하는 등 새벽까지 비상근무를 실시했으나 제설 작업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아 도로 곳곳이 지·정체 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뒤따랐다.

이번 강설은 사전 일기예보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제설작업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행법상 도로의 제설작업책임은 도로법 제20조(도로관리청)의 규정에 의거 국도는 국토해양부소속 각 국도관리사무소에서, 국가지원지방도 및 지방도는 도지사 소속 도로관리사업소에서, 시·군을 관할하는 그 밖의 도로는 해당 시장·군수 책임 하에 제설작업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도로관리청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 제설기, 살포기 등 제설장비를 구입 보유하고 있다. 많은 장비 등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신속히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시스템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제설작업을 살펴보면, 뉴욕과 보스턴 등 미국 동북부지역은, 겨울철에 25센티미터 이상의 눈이 내리는 경우가 많아, 일단 눈 예보가 있으면 주요도로에는 제설차량이 100미터 간격으로 사전 배치되어 염화칼슘살포와 함께 신속한 제설작업을 실시한다.

또한 영국에서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눈이 오기 직전 제설제를 집중적으로 살포하는데, 영국 주요고속도로와 간선도로의 아스팔트 표면에는 도로표면 온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깔려있다.

이 센서는 70∼8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악천후가 이어지는 계절의 도로상태를 예측하는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이 센서에 따라 도로온도가 빙점이하로 떨어질 때 제설제를 살포하는 등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폭설이 내리면 가장 먼저 비상경보를 발령하고, 일선지방정부에 즉각적인 대책을 주문한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눈이 내리기 전 교통량이 많은 도심 주요 도로 등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제설제를 집중적으로 살포하고 시시각각 빙판길 현황과 적설량, 주요도로의 제설현황 등을 담은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해 도로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대처하고 있다.

이같이 도로제설작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겨울철 가장 큰 행정업무이고, 도로관리청의 주된 업무임에는 틀림없다. 원활한 교통소통은 경찰의 업무이나, 강설 때마다 발생하는 교통대란의 모든 원인이 경찰의 책임인양 비춰지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제설작업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경찰에 대한 비난에 앞서 제설작업의 주체인 도로관리청에도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이제는 강설시마다 반복되는 교통대란에 대한 절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도로관리청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선진국의 경우처럼 제설장비보강과 함께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찰에서도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책임을 다할 때 강설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은 최소화 될 것이며, 나아가 국정과제인 교통사고사상자 절반 줄이기에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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