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에 대한 국민적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으나 충북대 총학생회가 발대식 행사에서 초대 가수 공연과 가요제, 불꽃놀이를 가져 비난을 사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천안함 실종자들의 생사가 불분명한데도 불구, 국민의례 도중 묵념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게다가 정치인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참석한 정치인들을 소개하는 등 대학 자치행사로서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 충북대 총학생회는 교내 체육관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과 함께 새내기 가요제를 가졌다.

1부 행사도중 국민의례를 하면서 사회자는 "순국선열 및 천안함 실종 장병들에 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라며 잠시 묵념 시간을 가졌다. 천안함 실종자들의 가족들이 애타게 살아돌아오길 기원하는 상황에서 이 말은 자칫 실종 장병들을 사망한 것으로 단정하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학교 관계자들도 의아해 했다.

이에 앞선 내빈 소개에서 사회자는 송태영 한나라당 도당위원장과 이시종 민주당 도당위원장을 비롯한 6·2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 3명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들 정치인들은 1부 행사가 끝나자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어진 2부 행사는 웃찾사 개그맨 이상준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학과별 새내기 15개팀은 무대에 올라 춤과 노래, 개그를 펼쳐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출연팀들의 웨이브 댄스와 2PM 좀비 춤, 원더걸스의 댄스춤, 재즈, 댄스가 어우러지면서 열광의 도가니였다.

마지막 순서로 초대가수 엠블랙(MBLAQ)이 나오자 체육관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학생들은 엠블랙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함께 손을 흔들고, 춤을 추며 환호했다.

이날 3시간 동안 펼쳐진 충북대 총학생회의 행사에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도 상당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소운동장에서 약 5분간 수십 발의 폭죽이 터져 봄비가 내리는 밤하늘을 불꽃으로 수놓기도 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한 네티즌은 대학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천안함 침몰로 전국이 지금 애도 분위기로, 지자체들도 행사를 축소하는 판국에 학생의 본분을 망각하고 성대한 출범식을 치러 전국적으로 망신을 시켜도 되는 것이냐"며 "총학생회는 자중하라"고 분노했다.

이에대해 이날 행사를 주최한 강용환 학생회장은 "당초 소운동장에서 치를 예정인 이번 행사를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실내로 옮겨 치렀다"며 "이벤트사와 천안함 침몰 사건 이전에 이미 행사 계약을 끝낸 상태여서 전면 취소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불꽃놀이는 이벤트사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않아 취소시키지 못했다"며 "묵념 멘트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의미였으나 실수가 있었다. 정치인 소개도 신중치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와 학교 당국에 걱정과 심려를 끼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공개사과했다.

이날 행사는 학생회비 600만원과 기성회비 지원액을 포함해 2천여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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