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국 충주대 교수

우리 해군의 1천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 침몰. 그것도 선체가 두 동강나서 침몰했다는 긴급 뉴스는 온 국민을 놀라게 했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58명은 구조되고 46명은 실종됐다는 침울한 뉴스는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

백령도는 바로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북한의 옹진군이 있고 그 곳에는 북한의 해군기지가 배치돼 있는 접경지역이다. 북한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영해라며 지금까지 우리의 바다로 지키고 있던 곳을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는 지역이다.

11년 전에는 북한 경비정이 침범해 왔지만 선제 공격하지 말도록 명령받은 우리 해군의 초계함이 배로 밀어내는 선체 충돌을 시도하자 북한 경비정이 기관포 공격을 시작했고 이에 우리 해군의 반격으로 대파돼 많은 사상자를 내며 퇴각한 교전이 제1연평해전이다.

제1연평해전이 있은 바로 다음 해인 2000년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됐다. 같은 해 12월 김대중 대통령은 드디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오래 지나지도 않은 2002년 6월에, 그것도 한일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달아올랐을 때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이 무력도발을 자행해 충돌이 발생했고 쌍방이 사상자를 낸 교전이 제 2연평해전이다.

처음에는 서해교전이라 불렀고 우리의 영웅들을 위한 추모행사를 정부가 치르기 시작한 것이 한참이 지난 2008년부터다.

백령도 인근과 연평도 인근은 북한의 무력도발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지난 해 11월에도 교전이 있지 않았는가. 대청해전이라 부르는… 이곳 서해 바다는 이런 곳이다. 이런 곳에서 날벼락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왜 우리의 1천200t급 초계함이 두 동강 났는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수많은 설들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1주일 지나도록 말이다. 막강 해군이라 믿었는데, 첨단 장비를 갖춘 해군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가라앉는 함정을 보면서 승조원들을 구조했는데, 그 함정의 함미와 함수가 어디에 있는지 금방 찾을 수 없었다니 이를 어찌하란 말인가.

아무리 경황이 없다고 하더라도 군의 계속되는 침몰 시간의 변경 발표처럼 군의 발표는 많은 이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런 와중에 언론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추측 보도를 뿌려댔고 많은 소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소리 지르고 닦달하는 이들의 성화에 실종 승조원 구조에 참여한 우리의 귀중한 베테랑 요원이 희생되기도 했다. 또 실종자 수색을 도우러 왔던 쌍끌이 어선이 조업 현장으로 돌아가던 중에 큰 배에 부딪쳐 침몰되고 선원들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작정 서두르고 닦달하고 소리 지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이제 한 발 물러서서 우리의 해군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3일 천암함 실종자 가족 협의회는 실종자 인명구조 및 수색작업을 중단하고 4일부터는 인양 작업에 들어 갈 것을 요청했고, 해군은 수색 작업에서 선체 인양 작업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오히려 슬픔과 분노에 차 있을 실종자 가족이 더 이성적인 것 같다.

언론도 추측성 기사로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아야 하며 사실에 근거,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군은 사실에 근거한 해명으로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반성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는 서두르지도 말고 닦달하지도 말며 소리 질러서 혼란스럽게 하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의 젊은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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