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6·2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밤사이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초박빙의 승부로 1등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던 지역의 후보와 지지자들은 가슴을 졸이며 뜬눈으로 지새우기도 했을 것이다.

먼저 당선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아쉽게 당선의 영광을 누리지 못한 낙선자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선거가 끝나면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선거무용론과 선거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교육감 선거와 교육의원 선거는 의미가 없었다는 목소리와 함께 비례대표 선거와 심지어 시군의원 선거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골로 갈수록, 양자 대결 구도의 '초박빙' 승부지역일수록 반목과 질시 현상은 더욱 심해 지역을 양분시키는 지방선거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책선거는 실종된 채 오로지 당선을 위해 상대후보를 중상모략하고 비방하는 일도 많았다.

벌써부터 현직 단체장이 탈락한 지역은 6월말 잔여임기까지 어떻게 대할까 노심초사 걱정하는 공무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4년에 한번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지역은 골병이 들고, 편 가르기가 심화되는 등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좁은 지역에서 고소 고발이 줄을 이으면서 시골인심도 흉흉해지고 있다. 선거가 끝나도 화합은 커녕 엄청난 후유증에 너나없이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지역에서 공동체의 운명을 안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때문에 선거기간 동안에 형성된 불신과 반목질시는 이제 훌훌 던져버려야 한다. 선거는 막을 내렸는데 선거기간 동안에 생긴 후유증으로 주민들이 화합을 하지 못한다면 지방선거의 본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가 축제의 장이 되려면 선거 종료와 동시에 지역을 사분오열시켰던 지역감정과 편 가르기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당선자들은 승자의 아량과 포용력을 가지고 필요하다면 타 후보가 제시했던 공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지역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충청도가 먼저 양반의 고장답게 당선자들이 낙선자들을 불러 격려하는 전통을 수립할 순 없을까? 이 과정에서 낙선자들에게 지역발전을 도모할 노하우도 전수받고, 또한 임기중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경쟁자들을 수시로 불러 자문과 협조를 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선자들이 이처럼 낙선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서로의 등을 보듬어 주면서 화합의 시간을 갖는다면 서로를 반목질시하던 지지자들도 곧바로 해빙 무드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기간동안 청주시장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가장 모범적인 선거를 치러 깊은 감동과 함께 많은 청주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안겨주었다.

증오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감정들은 장시간 방치할 경우 지역갈등과 분열은 치유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소지가 크다.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地利不如人和)라고 했다.

맹자에 나오는 이 구절은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간의 화합만 못하다고 했다.

그만큼 지방자치의 성공여부는 지역민의 화합이라는 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미 유권자들이 결론을 내린 만큼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화합에 나서야 한다.

이제부터 서로 힘을 합쳐서 지역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 곧 시작될 월드컵의 열기와 함께 '대한민국 성공자치'를 외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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