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전국의 228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은 해당 지역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자타가 인정할 정도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자치단체는 그리 많지 않다.

'지방자치 발전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단체장들을 조명하여 타 자치단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에는 점(點)에서 머물렀던 생각들이 일선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선(線)으로 이어지고, 지방행정을 공부하면서 면(面)이라는 형태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지방일간지에서 지방행정을 취재했던 기자로서, 대학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만학도로서, 사단법인 성공자치연구소 소장으로서 지방자치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싶었다.

이런 생각으로 성공한 기초단체장들을 집중 인터뷰하여 내놓은 첫 작품이 2009년 10월에 출간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자치단체 CEO'책자였다.

천년의 꿈을 그리며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 가꾸겠다는 김휘동 안동시장, 새만금의 도시, 드림허브 군산을 묵묵히 실천해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로 탈바꿈시킨 문동신 군산시장, 문화의 힘을 외치며, 밝고 건강한 도시 한방바이오엑스포의 도시를 여는데 성공한 엄태영 제천시장, 아무 것도 없는 3무(無)의 고장에서 나비축제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이석형 함평군수, 물의 나라, 얼음의 나라, 눈의 나라에서 산천어축제로 1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정갑철 화천군수 등 다섯 분을 소개하자 각계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필자는 2편에 들어갈 단체장들을 미리 선별해놓고 6·2 지방선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수많은 시간을 들여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선별하여 2편에 소개하려 했던 단체장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심지어는 모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동료단체장들이 선정한 가장 훌륭한 자치단체장 군(群)에 속했던 현직 단체장들도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가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견제하려는 유권자들이 야당에 힘을 실어준 중앙선거일뿐이었다.

혹자는 이번 선거를 놓고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물리쳤듯,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물리친 대리전 선거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정책대결을 통해 지역의 유능한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분명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선거가 여야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후보자의 면면도 따지지 않고 당만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방선거가 이렇게 변질된 가장 큰 원인은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말로는 지역의 일꾼을 뽑자고 해놓고 뒤로는 정당공천 제도를 기초의원까지 확대 실시하여 이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선거가 되어야 할 지방선거는 '정당의 정당에 의한 정당을 위한 선거'로 타락했다.

지방자치가 발달된 미국은 80%의 지역이 기초선거에서 정당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기초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90% 이상이나 선출되고 있음은 유권자들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정치권의 정당공천제 폐지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이 진정 지역의 일꾼을 뽑을 수 있도록 지방선거를 실질적으로 주민의 품에 되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