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기업의 최우선목표와 원칙은 '이윤극대화'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더 큰 목표가 바로 '영속성'이다. 모든 기업은 망한다는 것은 진리이자 명제이고 다만 그 존속기간이 짧으냐 좀 더 기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비즈니스에 임하는 것도 역설적으로 보면 망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가 점점 격한 전쟁터로 변해가면서 기업의 영속성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다.

산업의 제왕으로 군림한 MS, 스티브 잡스의 귀환으로 트렌드를 주도한 애플, 단 10여년 만에 왕국을 건설한 구글의 신경전이 대단하다. 특히 구글은 검색 엔진부터 전자책·비디오·핸드폰·OS 비즈니스·TV까지 무서운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산업의 헤게모니는 MS가 장악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컴퓨터 관련 분야에는 MS가 있었고, 영역 파괴의 선두주자도 MS였다. 반독점 이슈를 만든 주인공 역시 MS였다. 하지만 트랜드 셋터(주도자)인 애플과 구글의 등장으로 MS는 한 순간에 추격자로 전락해버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아이패드 등의 등장으로 실리콘밸리는 현재 영역파괴 현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애플이 태블릿PC와 모바일 광고사업 진출을 발표하자 MS는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고, 구글도 태블릿PC를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이로 인해 한 때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던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와 구글의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의 관계도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모바일의 성공을 다른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가겠다는 야심이다.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를 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폰의 판매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고 아이폰을 넘어뜨리기 위한 경쟁사들의 스마트폰 출시가 봇물치는 상황에서 아이패드를 비롯해 신제품에 대한 평가는 애플에게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을 지원하고 넥서스원까지 만들어 직접 시장에 출시한 것을 두고 애플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기업은 바로 MS다. 구글과 애플의 움직임을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시가총액에서도 애플에게 역전 당하고 말았다. 두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사업에만 전념한다는 기본원칙을 버리고, 단말기 개발에 직접 뛰어들어 스마트폰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MS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구글과 애플의 사업을 모방하는 수준이지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글과 애플이 단숨에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간 1조원이 넘는 R&D 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금 보유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사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94%는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도 안될 정도로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같은 기업이 될 수 없다고 해서 사업을 정리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방법은 한 가지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전략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초대형 기업 간에 서로의 절대 우위 영역을 과감하게 침범, 기존의 제휴관계를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현상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도요타 사태 이후 초일류 기업도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영진들 사이에서 확산되어,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득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10년 전에 한 말이 떠오른다. 부인과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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