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블로거 기자단-'해적'

23일 영유아 보육시설인 충북희망원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시설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거다. 봉사와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시설에 웬 노동조합?

며칠전 두 분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자신들의 시설에 보건복지부 감사가 왔는데 연월차 휴가를 쓰는지 물어보더란다. 엥? 연월차 휴가? 이게 뭔지도 모를뿐더러 자신들 같이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런 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10여년이 넘는 근무기간동안 그리 살아왔다고 한다.

근로기준법?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1일 8시간 노동, 주 40시간, 연월차 휴가, 연장 야간 근로시 임금 할증, 퇴직금 등등 최소한의 권리를 국가가 사용주들에게 의무를 지우는 강제법이다. 즉 이 땅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수입을 얻는 노동자들은 최소한 이정도의 대우는 받아야 하고, 사용주들이 이를 어길 시에는 사용주를 처벌하겠다는 법이다. 최소한의 권리다.

연월차 휴가에서 시작된 상담은 이후 신규자의 경우 첫 일주일은 봉사기간으로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 경력 산정을 멋대로 해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 있지도 않는 휴게시간을 내세워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 관리자들의 인권침해와 과도한 통제 등등. 근로기준법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권마저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이었다. 이분들 그 이전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충북도와 보건복지부 등에도 진정을 내봤다고 한다.

돌아온 결과는 진정인의 신원이 드러나 오히려 진정인들이 강제로 쫓겨나야 했다고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 노동조합뿐임을 알고 이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얼마나 그동안 자신들이 당해온 것이 억울했던지 설립 보고대회 당일 가입대상자 전원이 가입원서를 썼다.

충북희망원! 이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지켜내 아이들의 진정한 희망으로 되살아날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욱 열악한 노동자로 살아가며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은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다. 최소한의 노동기준인 근로기준법이 헌신짝처럼 버림받는, 아니 그 누구도 근로기준법이 무엇인지 조차 가르쳐 주지 않는 교육현실, 노동자로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주장하면 언론에 난도질을 당하는, 정부가 직접나서서 노동3권을 없애겠다며 타임오프라는 희대의 악법을 만드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이런 절망의 삶을 직시하며, 이를 개선해 나가려는 노동자들의 투쟁 있기에 꿈꿀 수 있다.

/ blog.daum.net/laborfree/84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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