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전경아 진천 삼수초 교사

필자는 책을 가까이하는 편이 아니다. 연수를 받고 시험을 볼 때, 정말 재미있는 베스트셀러가 나올 때 등을 제외하고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그러나 글쓰기에 대한 즐거운 경험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일기장에 담임선생님의 빨간 별표나 동그라미 개수를 셀 때, 처음 접한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를 프린터기가 뱉어낼 때, 학급 아이의 글 솜씨에 조심스럽게 그 아이의 미래를 점쳐볼 때, 교육관련 소식이나 교수·학습 자료 등 동료교사들이 만든 자료들을 모아 편집한 것이 책으로 나올 때…….

지난 6월에는 필자에게 책에 대한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동료교사들과 만든 책들이 시중에 나온 것이다. 5년여 동안 청주교대상담연구회 회원인 초등 교사들이 학교 현장의 교사·학부모·학생들로부터 문제사례를 수집·분석하고 상담을 담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한 책들이다.

이 책들은 사석에서 교육 현장에 여러 가지 문제사태들이 많이 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장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참고할 것이 부족하다는 이석두 선생님(양강초)의 푸념과, 김기종(분평초)·장희화(도안초)·이숙경(용화초) 선생님들의 추진력이 보태어 시작되었다.

교육 기관에서 만든 문제사태 해결 매뉴얼들이 학교에 제공되기는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어렵고 때로는 교육현장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있었다. 선배교사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방법이 최선책은 아니었다.

특히 제시된 다수 해결 방법들은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한 진정성이나 공감적 이해가 배제된 것이 가장 가슴 아팠다.

작은 아이디어에 끄덕이는 선생님들이 모이고, 주말을 이용하여 청주교대 박성희 교수님이 펼쳐주신 자리에 모여 교육 현장의 문제들을 수집·분석하였다. 그러나 집필 기간이 길어지면서 바쁘다는 변명 아닌 핑계, '우리처럼 작은 존재들이 과연 책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심들, 학교일과 병행해야 한다는 부담 등으로 집필에 참여하신 교사 일부가 포기하였다.

하지만 작업에 대한 필요와 중요성, 그 가치에 대해 모두들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필자처럼 반 강제적으로 새로운 집필진들이 투입되면서 작업은 다시 시작되었다.

드디어 6월 24일, 조촐하지만 성대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30여 권의 저서를 가지고 계신 박성희 교수님도 출판기념회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셨다.

가족과 친지, 직장 동료, 교대상담연구회 후배들 등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셨고, 우리 스스로도 대견함을 자축하였다.

어제의 출판기념회로 조금 피곤한 얼굴로 들어서자 여느 때처럼 학급 아이들이 모였다. 동료 교사들을 위해 한 아름 안고 온 책들을 보며 녀석들이 묻는다.

"선생님 그게 뭐에요? 예쁘다."

"응, 선생님이 쓴 책들이야."

"저도 살래요? 그것 얼마에요? 보여주세요."

"너희들 보는 책은 아니라서……. 선생님들이 읽을 책이야."

"어, 우리 고모도 선생님인데, 가르쳐 주셔요? 우리 고모한테 사라고 해야지."

졸지에 서점집 주인이 된 즐거움이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