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고기 사이사이에 얼음채워 실험… 저장법 '대히트'

창의력이 뛰어난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신라시대에 '석빙고'라는 곳에 얼음을 보관하여 1년 동안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또 조선시대에는 서울에 '동빙고'와 '서빙고'라는 얼음 창고를 만들어, 겨우내 언 한강의 얼음을 보관하였다가 궁중에서 요긴하게 사용한 바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얼음의 이용과는 다른 본격적인 '냉동법'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크렌즈 버즈아이'라는 미국인이었다.

1923년 미국 동북지방에 있는 어느 해변 마을에서의 일이다. 바다까지 꽁꽁 얼어붙을 만큼 지독한 추위가 계속되던 어느 겨울날, 버즈아이는 멀지 않은 출항을 위해 부지런히 기선을 손질하고 있었다.

바로 그날, 버즈아이는 아주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아니! 이 물고기는 두 달 전의 항해 때 먹다가 남긴 것인데 어떻게 된 거지? 마치 이제 막 잡아 올린 것처럼 싱싱하다니!'

자신의 손에 들린 물고기는 분명 두 달 전에 먹다 남긴 것이었다. 반 토막의 물고기는 마치 유리에 성에가 낀 것처럼 하얗게 얼어 있었다. 순간, 버즈아이는 매섭게 차가운 겨울날씨가 이 물고기를 썩지도 못할 만큼 꽁꽁 얼려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바다까지 얼어붙는 영하의 날씨에 이놈도 얼어붙은 거야. 그래서 이처럼 아직도 신선한 걸 거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버즈아이는 그 물고기를 팽개쳐두고 즉시 집으로 달려왔다.

'그렇다면 쇠고기나 채소 등 다른 식품들도 이렇게 얼려놓으면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집에 도착한 버즈아이는 토끼를 잡아 실험에 착수했다. 종이상자에 양초를 입히고, 그 안에 여러 개의 칸을 만들어 토끼고기와 얼음을 차례차례 채워 넣었다. 조금 후 토끼고기는 얼어붙어 손도 대지 못할 만큼 차가워졌다.

버즈아이는 이렇게 해서 얼린 토끼고기와 얼리지 않은 토끼고기를 놓고 어떤 것이 먼저 상하는가 살펴보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추운 겨울날씨로 얼리지 않은 토끼고기도 쉬 부패되지는 않았지만, 얼음을 갈아주며 보관한 토끼고기보다는 확실히 먼저 부패되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버즈아이는 얼음을 채우지 않은 토끼고기가 심하게 부패되었을 때도, 칸 사이의 얼어붙은 토끼고기는 그대로인 것을 보고 특허출원을 하기로 결심했다.

특허출원을 마친 버즈아이는 식품회사인 제너럴 푸드를 찾아갔다. 제너럴 푸드는 마침 대량생산되어 출하된 식료품들이 금 새 변질되어 반품되는 사례가 잦아지자 회사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따라서 이 회사에서는 식품저장이 회사의 사활에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었다. 이에 고심하고 있던 제너럴 푸드는 버즈아이의 냉동법에 대한 설명을 듣자 그 자리에서 특허를 사기로 결정했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의 액수인 2천200달러에 특허를 판 버즈아이는 그 후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었고, 또 냉동법 이후 3백여 건이 넘는 발명을 하여 또 다른 특허들을 남겼다. 버즈아이의 냉동법을 이용해 식품저장의 어려움을 덜게 된 제너럴 푸드 역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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