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매 사용않고 화학반응만으로 5분내에 영하15도 하강

10여 년 전부터 얼음을 얼리기 위해 냉장고 앞에 서서 초조히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음속 비행기나 자기 부상 열차의 뒤를 이은 초고속 제빙기가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나온 냉장고의 제빙 속도는 한 시간여, 아무리 빨라도 20분 이상이 걸린다. 이 시간은 갑작스레 손님이 오셨을 때 등 급하게 얼음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다리기 힘든 무척 긴 시간이다. 그러나 새로 탄생된 초고속 제빙기가 얼음을 얼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 그야말로 획기적인 시간 단축이었다.



이 초고속 제빙기를 개발한 화제의 기업은 미국의 가전업체인 록키 리서치사.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작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모두의 신경은 잔뜩 잡아당긴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긴장되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작은 시계와 온도를 가리키는 계기판. 터질 듯한 관심의 화살이 모두 그곳으로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계기판의 빨간 기준선. 섭씨 0도를 가리키는 작은 선 밑으로 바늘이 옮겨 갈 때마다 그들의 눈썹은 약간씩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마치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그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렇게 4분여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갑자기 그들 사이에 흐르던 침묵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터져 나온 탄성에 망가지고 말았다.

"이 이럴 수가!"
"영하 15도야. 성공이라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봇물처럼 터진 감정의 물결은 걷잡을 수 없이 쓸려나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리는 단비를 맞는 농부들처럼 그들은 일제히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고 또 내질렀다.

그들의 뒤로 영하 15도를 가리키는 계기판과 4분 십여 초를 나타내는 시계만이 변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미국에 수없이 널린 가전업체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록키 리서치사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단지 회사 내에서 일어난 신나는 일에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 가전업계를 놀라게 하는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들의 오랜 기간동안 몰두하여 성공을 일구어낸 것은 제빙 속도를 현저히 단축시킨 초고속 제빙기의 개발이다. 록키 리서치사는 종래 제빙기에서 일률적으로 쓰이던 기계적인 압축장치와 프레온 가스 등의 냉매를 사용하지 않고 화학반응만으로 처리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장안해낸 것이다.

"복잡하거나 특별한 기술적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종전의 방식을 약간 변형시킨 것 뿐이죠."

록키 리서치사의 설명처럼 새로운 제빙기는 냉매의 응축과 증발이라는 종래의 제빙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른바 '역 마이크로웨이브'라 불리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하여 이에 의해 제빙 속도를 크게 개선하는 놀라운 효과를 보인 것이다.

역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알려진 프레온 가스는 일체 쓰지 않는다. 그 대신에 기체 암모니아를 사용한다.

열을 가하면 기체 상태의 암모니아가 방출되어 응축기는 거쳐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이때 순환과정에서 암모니아는 열의 흡수 방출을 하며 냉각 장치의 온도를 순간적으로 영하 15도까지 하강시키는 것이다.

이때 소비되는 시간은 고작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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