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前 충청대 교수

오늘 날 세계 여러 나라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경우 50개 중 캘리포니아와 뉴욕, 일리노이 등 46개 주가 엄청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일본의 유명한 탄광도시였던 홋카이도 유바라시 는 석탄 산업이 사양화되자 리조트 시설 등 관광산업에 과잉 투자하면서 결국 파산선언을 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남유럽 국가들도 중앙정부의 재정악화로 지방정부의 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지난 2008년의 19조 486억 원에서 2009년에는 25조 8700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금년 지자체의 채무는 무려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지자체 재정 상태가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난 12일 호화청사로 물의를 빚은 경기도 성남시가 채무지급유예를 선언한 바 있으며, 기타 지자체들도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신청사 건립비용 문제로 재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상당수 지방공기업의 부채가 막대하게 불어나면서 지방채 발행 규모도 지난 한 해 동안 지방채 잔액이 무려 25조 6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지자체의 절반이상이 예산의 70% 이상을 중앙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이나 교부금 등을 지원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재정적자 규모는 무려 7조원이 넘고, 부채가 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기초지자체만도 전체의 55.7%(137개)에 달한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어, 지자체의 재정부실이 바로 국가 재정위기로 번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개연성은 우리나라 지자체 예산의 절반 정도를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지자체가 상당한 부채를 지게 된 일차적 원인은 경기침체로 지방세 수입과 지방교부금이 크게 줄었는데도 정부의 재정사업 확대와 예산의 조기집행으로 지출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금융권에서 많은 단기 상환 자금까지 빌어다 쓰는 형편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행 선거제도상 당선을 위해 선거구의 표심을 의식해 선심성 공약을 내세워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정책을 펼쳐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장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망하건데 앞으로 우리나라 지방세수는 계속 줄어드는데 비해 경기부양과 복지 분야의 지출은 보다 늘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지출 규모를 조정하거나 지방 세입 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자체 재정난은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재정건전성의 확보가 시급한 바 이를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조정하고 아울러 중앙정부에서는 지자체가 전시행정으로 예산을 낭비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13일 행정안전부가 내년부터 예산 대비 지방채의 비율이 30%가 되면 지방재정 사전 위기 경보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시스템은 지방의 세입과 지출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재정상황이 위험수준에 이른 지자체를 진단하고 교부세 지급 시기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그 나름대로 정책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요컨대, 지방 재정의 부실은 국가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각 지자체는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이나 방만한 사업으로 재정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보다 책임성을 가지고 행정을 펼쳐 나가길 간절히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