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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장마 속으로 그 모습을 살짝 숨긴 24일, 가족이 함께 '우암 술래길'로 순례를 나섰다. 출발지는 삼일공원. 네 살짜리 아들을 들쳐업고 걸어서 우암어린이회관까지 갈 요량이었다. 하지만, 10분 간격으로 내리는 장맛비는 출발 후, 채30분도 되지 않은 우리 가족의 마음을 안락함(자동차)으로 이끌었다. 여튼, 이렇게 걷고 타기를 반복하며 우리 가족은 우암 술래길의 마침표를 완성했다.

# 삼일공원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늘 순례의 출발지는 삼일공원.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충북 출신 독립유공자 다섯 분(손병희, 신홍식, 신석구, 권동진, 권병덕)의 독립운동 정신과 뜻을 기리고자, 충청북도가 1980년 기념공원으로 조성했다. 30년이 지난 오늘, 다섯 분의 동상과 횃불 조형물 주위로 무궁화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 술래길의 또 다른 루트 - 우암산 등반 코스

걸으며 생각하는 것보다 땀을 내며 생각을 줄이고자 하시는 분들이라면 우암산 등반 코스가 좋겠다. 우암산 정상 353m를 오르는 데는 크게 8~9가지의 등산로가 있는데 첫번째가 청대 후문 입구에서 출발해 KBS, MBC 송신소를 통하는 가장 짧은 경로다. 이외에도 3·1공원, 대한불교수도원, 청주향교, 광덕사, 안덕벌, 말탄재, 우암터널에서 오르는 길이 있으며 가장 긴 코스는 용담동에서 출발해 정상을 거쳐 우암산 터널을 지나 상단산성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 타인에 대한 배려 '표지판'과 '목 마르뜨 언덕'

3·1공원에서 술래길을 걷다보면, 청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우리 가족이 그 곳에 도착할 당시에는 마침 표지판을 설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억으론 '카인과 아벨' 촬영현장이었다는 표지판은 설치되어 있으나 '화장실' 표지판을 설치 중 인듯 싶었다. 사실 표지판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순례를 하다 보니, 그래도 청주시가 표지판 설치를 적극 추진한 수암골 외에는 사람도 장소도 거의가 '무명씨'란 생각이 들었다.

수암골 위쪽 전망대의 경우도 전망대란 보통명사 말고, 뭔가 의미 있은 호명을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학창시절 나는 아주 친한 친구와 다툼이 생겨 마음이 꽉 막혀 있을 때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곳을 찾았었다. 둘은 청주 시내를 내려다보며 막힌 속을 풀었고, 서로 간 화해를 청했다. 이러한 경험이 몇 번 반복 된 후, 우리는 이 곳을 '목 마르뜨 언덕' 이라고 명명했다.

# 술래길의 끝자락엔 또 다른 시작이 있었다

어느덧 우암 술래길 끝자락 '우암어린이회관'에 도착하니 비는 멈추었다. 상당산성 방향과 국립청주박물관 방향으로 갈라지는 도로 표지판을 사진에 담고 있을때, 자전거 부대가 그 앞을 지나갔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술래길의 또 다른 시작이라고. 아마도 그들의 자전거는 산성으로 향했으리란 추측이다. 그간 우리들은 너무도 쉽고 빠르게 많은 것을 갖고자 했다. 그 결과 몸과 마음은 많이 무거워졌고, 환경 또한 탁해졌다. 그래서 제안해 본다. 술래길의 또다른 여정 중 적어도 상당산성에 이르고 그 곳을 이용하는 방식만큼은 자기 몸의 동력을 이용한 무공해 산책(걷기와 자전거 타기)만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어떨까 하고 말이다.


# 술래길에 담지 못한 재미와 스토리

2010년 우암술래길을 순례한 느낌을 정리해 보니 술래길을 걷기에는 재미가 없다는 결론이다. 문화적 맥락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곧 스토리가 없다는 것과 연결된다.

문득 지난해(2009) 공모에서 낙선된 사업을 떠올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길섶로 가꾸기' 사업이다. 당시 우리는 수암골과 안덕벌을 연결하는 그림을 그렸었다. 내용은 주로 길 주변에 이야기와 재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순환도로에서 우암산 쪽으로는 산에 사는 동물과 곤충들을 조사해 모형으로 만들고 곳곳에 이 것들을 숨겨 놓음으로써 재미를 더하는 것이었다. 청주대학교의 철망 담장 쪽으로는 곤충과 바람개비 등 자연 현상(바람)에 반응하는 움직이는 모빌을 설치하는 계획이었다.

또한 순환도로 인도에는 꽃 모양으로 수를 놓아 수암골과 연결하고, 지금의 전망대 위치에 평상시 우리들이 사용하는 의자보다 서너배 높은 2인용 의자 조형물을 설치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이 의자 조형물의 목적은 연인들이 앉아 서청주의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둘만의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모뉴멘트였다. 추억의 장소는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잡는 법이므로!

비록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들의 '우암 술래길'에서 지역문화의 정확한 문맥을 찾고, 그 위에 재미와 이야기를 입히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http://saduj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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