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체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체벌을 당한 18살 고등학교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숨진 이군은 담임선생에게 체벌을 당한 이후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였으며, 발견된 유서에도 어지러운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체벌로 숨지는 사건이 빈발하면서 체벌은 사랑의 매보다 폭력적 이미지만 심어주고 있다.

과거에도 체벌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한때는 헌법재판소가 교육적 차원의 불가피한 체벌은 정당하다는 요지의 결정을 내려 교사의 편을 들어주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선진국은 아예 체벌이라는 것이 없다.

선진국만 그런 것이 아니고 외국은 대부분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은 문제 학생이 발견될 경우 담임은 학생을 교장에게 보내서 상담을 받게 하고 그런 절차를 몇 번 거친 후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정학, 퇴학 등의 조치를 내린다.

체벌이 없는 풍토를 조성하려면 교육여건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진국처럼 학급당 인원수도 10~20명으로 줄이고, 문제 학생 1명당 전문 상담가도 1명씩 배치하고, 문제 학생들은 가급적 전문적인 대안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만난 한 학생은 체벌은 무조건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선생님들의 체벌이나 꾸중을 별다른 반항 없이 받아들이지만, 중학교만 올라오면 더 이상 선생님들의 체벌이나 꾸중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정도가 지나친 체벌은 그 선생님을 여기저기서 공격하며 일명 '자르려는' 시도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체벌은 강한 반발과 저항감, 자존심에 상처를 안겨주며, 상처가 깊어지면 학생들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선생에게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제 2의 탄생기' 혹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으면 청소년들도 자기논리를 펴며 세상을 살아간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이 점에서는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반면 청소년들은 자존심도 강하지만 상처도 쉽게 받는다.

최근 2년 사이 체벌로 6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체벌의 효과보다 목숨을 끊을 정도로 부작용이 크면 금지함이 원칙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고문은 불가피하다는 색 바랜 주장처럼, 학생을 가르치려면 체벌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논리일 뿐이다.

심증수사가 안되면 과학수사를 하듯, 교육도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체벌이 존재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G20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할 선진 대한민국이 체벌만 고집할 때가 아니다. 시대가 변하면 제도도 그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8일 체벌은 이제 우리 한국사회에서 전면적으로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북 도내에서도 각 학교 10곳 중 7곳은 이미 학생 체벌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체벌로 아이들을 지도하던 교사가 체벌 없이 지도하려면 불편이 따르겠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이들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교사들이 21세기의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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