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해적'

7월 29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이지서베이와 공동으로 노조에 관한 의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특정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직장인 82.3%가 노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외다. 보수언론의 노동조합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 집단이기주의, 과격 폭력세력 덧칠하기 등으로 인해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안 좋을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노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근로자의 권리보호를 위해'였다.

그런데 80%가 넘는 직장인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청주 모 방송국은 구조조정에 맞서 밤 12시 청주 삼일공원에 모여서 노조 창립총회를 열었다. 터무니 없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진천의 모 제조업체는 노조 창립총회 전날 위원장 내정자가 없어졌다가 나타났다. '아버님 묘소 앞에서 노조를 위해 죽을 결심를 하고 왔다'고 했다. 최저임금,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을 알고 노동부에 진정을 냈던 청주 모 대학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하고 위원장을 선출하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구속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서로 위원장만은 못하겠다고 떠밀어서… 화장실 가는 것 조차 감시당했던 청주공단 여성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관리자들의 해고, 징계 등 극심한 탄압과 분열책동, 부당노동행위가 판쳤고, 관리 감독할 청주노동사무소장은 2억여원의 뇌물을 받고 눈을 감았다. 노조를 정상화 시키는데 1년의 질긴 투쟁이 필요했다. 그후에도 회사는 노조를 깨기 위해 필리핀으로 이전하려다 망했다.

일제시대 독립투사도 아닌 것이, 이 땅에서 직장인이 노조를 한다는 것은 이렇듯 엄청난 결심을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한다.

직장인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노조설립을 선뜻 못하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인해 노동자들은 막바지에 큰맘을 먹고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찾아온다. 6개월 이상 임금체불이 돼서야, 불법적 정리해고 명단이 뿌려지고 나서야, 자신들이 근로기준법 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노조의 문을 두드린다.

노조를 설립하면 노동자들은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자신들이 받지 못했던 법적인 권익 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잘못해서 이 일자리 마저 짤려 생존의 바닥으로 내팽겨 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 이 두가지 상황속에서 노동자들은 갈팡질팡 한다. 권리를 위해서는 노조편에, 고용을 위해서는 사업주 편에… 물론 노조가 인정받고, 투쟁을 승리하면 노조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 노동자들의 권익과 고용안정을 지켜줄 수 있다. 그러나 노조를 유지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봉건양반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종'이 좋지, 사사건건 권리를 주장하며 따지는 '노동자'는 싫기 때문에 죽기를 각오하고 노조파괴에 모든 것을 건다. 수억을 들여 노조파괴 전문가를 사고, 용역깡패를 사고, 관계기관을 돈으로 매수해서라도 노조를 깨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그래서 신규노조의 생존율은 50% 이하다. 이런 후진적인 노사문화로 인해 직장인의 80%가 원하는 노조가입률이 10%대이다.

장기적 전망에서 노조는 사업주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동반자다. 견제세력이 없는 권력은 썩을 수 밖에 없다. 사업주들이 이윤을 남기는 방식은 두가지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노동강도를 강화시켜 이윤을 키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반발은 필연적이기에 생산기술의 발달, 신기계도입, 새로운 시장의 개척 등을 통한 이윤을 키우다. S 자동차는 전자를 위주로 이윤을 창출했고, H자동차사는 강력한 노조 때문에 후자를 중심으로 이윤을 창출했다. 결과는 S사의 몰락과 H사의 전미 자동차 시장 점유율 7.2%로 나타나고 있다. 강력한 견제세력 노조가 오히려 기업을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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