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물매화'

지난 1주일 일정은 참으로 숨가빴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연달아 땡볕에 나갈 일이 반복되다보니 내몸이 내몸이 아니다. 하긴 이 뜨거운 날 콘크리트 꼭대기에 올라가 벌써 열하루째 버티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것 또한 투정이며 엄살일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이포보 방문 때는 안타깝고 미안하고 분노했는데 어제 다시 찾은 이포보 앞에선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고였다.

우리 항의를 집회 신고 없는 불법 집회라며 방송해대고 대열 정비하던 경찰들을 보면서도, 외모에서부터 위압감을 주는 덩치로 우리를 위협하던 용역직원들을 보면서도, 멀리 그 높은 콘크리트보 꼭대기에서 우리를 향해 손 흔드는 그들을 보면서도 자꾸만 눈물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죄수에게도 물과 밥은 주는 법인데, 보내 주기로 합의한 국민들의 지원 물품을 중간에서 가로채어 올려 보내지 않는 그 파렴치하고 비인간적인 행태가 분노를 넘어 가련하기만 하다.

7월 마지막날 이포보의 촛불집회는 촛불과 함께 횃불을 들었다. 드넓은 강을 넘어 비록 얼굴과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깜빡이며 끈질기게 빛나던 세송이의 촛불꽃… 그것에 화답하며 우리는 촛불과 횃불을 함께 들었다. 깊고 넓게 생채기난 강 사이로 뜨거운 교감과 연대가 흘러넘쳤다.

이사하는 날인데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한다. 저 멀리 낙동강 함안보의 한 활동가는 오늘이 생일이다. 꼬맹이가 부르는 생일축하 노래를 트위터로 보며 다시금 눈물을 닦을 수밖에 없었다.

제발, 제발 국민들의 소리를 들으라. 국민의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두눈 뜨고 보라. 우리 역사 어디에서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이 있었는가. 국민을 영원히 이기는 대통령이 있었는가 말이다.

이쯤에서 내 생활도 가다듬고 가야겠다. 좀 더 치열하게, 좀 더 치밀하게, 좀 더 냉철하게, 좀 더 짜임새 있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낮은 자세로 그러나 당당하게 걸음을 내딛자. 여전히 나는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됨을 한 치의 의심없이 믿고 있다. 쉼 없이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가자. http://blog.daum.net/anfao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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