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선 교육평론가

세상에는 별일들이 많지만 이런 경우는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치마 벗기기 체벌이다. 어린이집 교사가 2살짜리 아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실 40만 명이나 되는 교직사회에서 무슨 일인들 일어나지 못할까라고 생각하면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교사가 여학생의 치마를 벗기고 어린 아이의 뺨을 때리며 폭행할 수 있느냐란 것이 일반의 생각이다. 내 아이의 치마가 벗겨졌다고 생각해보라. 어린자식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고 생각해보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체벌은 또 다른 폭력일 뿐

이 대목에서 다시 생각나는 체벌이 있다. 엄동설한에 아이를 알몸으로 쫓아냈던 '알몸체벌'이다. 아이가 동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죽도(竹刀)로 죽도록 내려친 '죽도체벌'도 있다. 최근에는 중국 무협지에나 나올법한 장풍(掌風)으로 학생을 날려버린 '장풍체벌'도 있다. 이 밖에도 기상천외한 체벌들이 수없이 빈발하고 있다.

왜 이렇듯 상상할 수도 없는 체벌들이 발생할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부모들의 과잉보호가 체벌을 불러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체벌문제는 누가 뭐래도 교사들의 책임이다.

정확히 말하면 교사들의 자질과 적성의 문제란 것, 체벌하는 교사들은 체벌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전혀 의식이 없는 교사들이다.

체벌은 인간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행위다. 매 자국이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치유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실제로 체벌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교사들은 체벌을 옹호한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무용담처럼 체벌경험들을 쏟아 놓았다. 매를 맞은 아이들이 지금도 찾아온다느니, 매를 맞지 않은 아이들은 찾아오지도 않는다느니 식의 얘기들이었다. 마치 매를 맞아야만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직도 체벌을 빼 놓고 교육현장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 실업계 학교에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실업학교는 학생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경우가 많아 대응력이 약하다는 점, 교사들 역시 체벌에 대한 대응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들이 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에 실업계 특유의 '기름밥 의식'도 한 몫을 한다. 기름밥 의식은 과거 공업계 학교나 기술계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의식으로 체벌을 긍정하는 대표적인 예다. 아직도 이런 분위기를 털어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체벌 리더십은 교육파괴 리더십

체벌은 체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체벌을 보는 교직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교사들의 체벌의식 조사에 의하면, 약 70%가 체벌을 긍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 비틀어 말하면 교사들의 의식만으로는 체벌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체벌문제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 교육에서 체벌은 영원히 실천 불가능한 정의인가? 그렇지 않다. 모두가 나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당장은 불가능한 정의처럼 보이지만 얼마든지 실천 가능한 정의로 만들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 교육은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교육도 미래지향적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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