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수 에너지관리공단 충북지사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2대 빙하 가운데 하나인 피터만 빙하에서 전체 1/4 크기에 해당하는 면적 260㎢, 높이 200m의 얼음덩어리가 분리됐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약 40%에 해당하고 분리된 빙하가 녹을 경우 미국전역 에서 120일 동안 사용하는 수돗물과 맞먹는 엄청난 양의 물이다.

올여름 유난히도 덥다. 그러나 예년처럼 백화점이나 은행에서도 시원한 에어컨과 함께 피서겸 쇼핑이나 하고 담소를 나누지도 못한다.

여름철 냉방수요증가로 인해 전력예비율이 낮아 정부가 정한 실내온도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빙하의 붕괴나 극심한 무더위의 주원인이 지구온난화라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구온난화는 선진국들이 유발시키고 그 피해는 후진국이 입게 되는 일이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원시의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주장 할 수도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문제의 원인을 알면서도 이 지구는 계속 더워지고 있으며 게다가 새로운 불평등이 보편화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에어컨과 자동차다. 에어컨을 켜서 실내가 시원해질수록 반사적으로 실외는 더 더워지기 마련이다. 에어컨으로 시원함을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외기의 더운바람으로 인해 노점상은 물론, 행인들의 불괘감은 별로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

에어컨은 자연바람에 더위를 식히는 일반 시민들의 시원함마저 빼앗아가는 도구다. 다른 사람의 고통스런 더위보다 나의 쾌적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불평등의 간극은 점점 더 커진다. 그래서 에어컨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의 시원함을 추구하는 부채나 선풍기와는 근본이 다르다.

인간은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존재이고, 더구나 바람은 나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호흡해야 하는 공동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한다면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나의 반대편에는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에어컨 사용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의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한여름 무더위로 달구어진 아스팔트위에 자동차들이 내뿜는 높은 온도의 배기가스와 엔진을 냉각시키기 위한 더운 바람은 도심의 길거리를 왕래하는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 받게 한다.

지구라는 하나의 공동체에서 특정인만 시원하고 편리 할 수 있는 자유를 지금부터는 조금씩 양보해보는 것은 어떨까?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으로, 대중교통보다는 자전거나 걸어서, 에어컨보다는 선풍기로, 선풍기보다는 부채로, 올여름을 보내는 것이 다른 사람을 열받게 하지 않고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우리가 시원함과 편리성 추구를 위해 지구를 지속적으로 덥게 한다면 결국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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