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연일 매스컴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3구의 명품 아파트들이 법원 경매시장에 등장하여 유찰이라는 쓰라린 패배를 맛보고 있는 것이 대서특필되고 있다.

강남3구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해 1월 71.2%로 최저점을 찍은 뒤 상승했지만 올해부터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수도권의 3억원 이하 저가아파트 낙찰가율마저 80%대가 붕괴됐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 부동산 활성화대책 연기, 금리 추가 인상 우려, 계절적 영향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불황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3억원 이하 아파트마저 19개월 만에 낙찰가율이 80%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빠지며 전통적 재테크 수단으로 꼽히던 아파트에 대한 생각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4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부동산 상품'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아파트는 토지·단독주택 등에 밀리며 3~4위에 머물렀다.

즉,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대출이라도 받아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알고 절약했던 기성세대의 사고와는 달리 창업이나 효율적인 소비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쪽으로 집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고 있고 혼인율, 출산율 같이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척도까지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자산 가격의 하락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개인소유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 자체의 침체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국책사업들이 줄줄이 무산되는 파장을 유발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시장의 혼란 속에서 우리 충북에서도 6조원대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오송 메디컬시티 조성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당연히 그와 맞물려있는 충북 경제자유구역 지정,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 충북도의 역점 사업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오송 첨단복합단지내 메디컬벤처타운 등의 사업은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상관없이 추진할 수도 있다지만 지자체나 개별 사업주체의 힘만으로 세계적인 추세 가운데에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의 파고를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유임된 국토해양부 장관이 부동산 시장 현장 실사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및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국가 치수대책의 일환으로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 확정된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예정대로 강행하여 할 뜻도 밝혔지만 무너진 시장의 흐름을 단기간에 돌려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충주시는 기업도시 유치에 따라 유한킴벌리, 광동제약, 보령제약 등 중대형 기업들의 유입효과로 관련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와 매매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청주산업단지 내 첫 아파트형 공장의 분양이 호조를 보이면서 신규 근로자의 유입, 고용창출 등 긍정적 유발효과가 기대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시는 아파트형 공장 유치를 위해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통해 산업단지 내 건폐율과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노력과 함께 조례를 개정해 공장시설에 입주하는 기업체에 분양자금을 알선해주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자산 버블의 재평가가 진행중인 세계적인 현상을 지자체나 개별 경제주체의 독자적인 힘만으로 극복하기는 어렵겠지만 각각의 지역과 개인의 상황에 맞게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지혜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마른 수건이라도 다시 짜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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