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1920년대에 미국의 여행보험회사에 다니던 하인리히는 업무상 접한 많은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대 29대 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발견한다.

예컨대 큰 재해가 나기 전에는 반드시 작은 재해가 29번 터지고, 부상당하는 일이 300번 있게 된다고 한다.

과학적 통계를 근거로 나온 하인리히 법칙은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경찰청장 내정자인 조현오 후보자의 막말들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있다. 청문회에 앞서 조 후보자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이어 노무현 재단과 천안함 유족들도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 후보자의 막말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청은 논란이 된 그의 강연 내용 전문을 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일부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언론이 침소봉대한 측면도 있고,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10만 원짜리 수표가, 거액의 차명계좌가, 아무리 변명해도 이제 변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거 때문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 그래서 특검 하려고 그러니까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이야기를 해서 특검을 못하게 한 겁니다. 그걸 가지고 검찰에서 부적절하게 수사를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이 정부가 탄압한 것처럼 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문제가 된 발언의 핵심은 노무현 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권양숙 여사에 대한 언급 부분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맡았던 검찰은 차명계좌 존재 자체를 전면 부인해 그의 입지를 어렵게 했다.

허나 전문을 읽다 보면 조 후보자는 이미 우리가 모르는 사건의 실체를 너무나 정확히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후 언론에 소개된 그의 막말들은 실제로 침소봉대된 측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하인리히 법칙에서 보듯 그의 막말은 그동안 쉴 새 없이 터져 나왔고, 이를 종합해 보면 평상시 그가 막말을 함부로 한다는 사실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아울러 그의 이런 막말과 행동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등을 돌렸음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국 육법전서에도 없다는 괘씸죄에 걸리면서 그의 발언은 침소봉대되고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물포를 맞고 죽진 않을지 모르나 물 포도 많이 맞다 보면 후유증은 생기는 법이다.

막말도 마찬가지다.

야당과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 노무현 재단, 천안함 유가족, 전 현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 무궁화클럽 등이 조 후보자의 발언을 놓고 구속수사와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고소고발장까지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자 청와대도 고민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어느새 조 내정자는 이미 사석(捨石)처리됐다는 해석과 함께 벌써부터 차기 경찰청장에 대한 하마평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어느 스타 강사가 말했다. 말을 내가 한 말이 말이 아니고 상대방의 귀에 들리는 말이 말이라고. 나는 '아'라고 했는데 상대방이 '어'로 들었다면 필시 곡절이 있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린다면 그의 막말은 300을 넘어 29도 지났음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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