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거세질 '블록버스터' 위세

 2001년 한국영화를 전망하는데 필요한 키워드를 세 가지만 고른다면 「블록버스터」「디지털/인터넷」 혹은 「멀티플렉스」가 될것 같다. 2000년 한국영화지평을 달군 「대작선호」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인데다 지난 해를 실질적인 원년으로 선언한 디지털굛인터넷 영화가 보다 관객들 가까이 다가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 여기에 지난 몇년만에 한국영화관람 환경을 뒤바꿔버린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한국영화산업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블록버스트는 계속된다 쭈욱~?
  한국영화의 블록버스터 붐은 위축될줄 모른다. 마케팅비를 포함 60억원선에 육박하는 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최근 중국촬영을 마치고 사전 홍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1월에는 45억짜리 SF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크랭크 인한다. 장선우 감독의 70억원짜리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지난 4일 제작발표회를 가졌고, 설에 개봉하는 「광시곡」은 45억원 예산이 투입됐다. 여명과 이나영이 호흡을 맞추고있는 「천사몽」 또한 40억원선. 7월에 개봉하는 김태균 감독의 「화산고」는 37억원이다. 여기에 현재 2002년 개봉예정인 한석규 주연의 「제노사이드」가 50억원을 예상하고 있는데다, 민병천 감독이 내정된 「내추럴 시티」가 70억원선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이들 영화들의 완성도와 흥행여부에 따라 지난해부터 점차 확산되고 있는 블록버스터 비판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싸이렌」 처럼 형편없이 참패하거나 「단적비연수」처럼 호된 혹평 속에 겨우 면피(?)만 하는 영화들이 잇따를 경우「파이를 키운다」는 불가피론이 타격을 입으면서 「작은 영화 육성론」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과 함께하는 디지털/인터넷 영화
 올해는 새로운 영화의 세기를 함께 열어가는 디지털영화와 인터넷 영화가 본격적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커밍아웃」(김지운)「극단적 하루」(장진)「다찌마와 Lee」(류승완)같은 유명감독들의 작품과, 그보다 훨씬 많은 무명감독들의 디지털 영화들이 선보이고 있지만 다수의 관객과 만나는데는 미흡했던 것이 디지털영화. 그러나 최근 남기웅감독의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가 극장개봉된데 이어 임상수감독의 「눈물」과 박철수감독의 「봉자」가 개봉될 예정이고 「이방인」으로 데뷔한 문승욱감독 또한 「나비」를 촬영중이다.
 이같은 디지털 영화들의 극장개봉으로 디지털 영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제고되면서, 셀룰로이드 필름과 차별화되는 디지털 영화만의 미학적 지평개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극장과 비디오를 통한 영화관람이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면서 새로운 영화환경으로 자리잡은 인터넷 영화 또한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발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멀티플렉스의 힘은 어디까지
 멀티플렉스의 신설에 따른 결과로 서울관객들의 영화관람형태가 부도심위주로 변화됐다는 지난달 영화진흥위 발표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또한 서울 메가 박스와 CGV11이 주도한 관람료 인상으로 극장간 관람료 차별화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는 최근의 사례는 이들 멀티플렉스가 앞으로도 배급 시스템과 관람환경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올해에도 전국 각지에서 계속될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개관은 전체 영화관객수를 늘이는데 기여하고 보다 편리한 영화관람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작고 실험적인 영화, 예술취향의 영화들을 일방적으로 배격하고 상업성만을 추종하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다양한 영화문화를 압살한다는 지적 또한 받고있어 향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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