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지난달 29일 자진사퇴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묘한 글을 남겼다.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

언론은 이를 두고 마오쩌둥 어록에 나오는 '天要下雨 娘要嫁人(천요하우 낭요가인)이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오쩌둥은 한때 자신이 후계자로 지명한 린바오가 쿠데타 모의 발각으로 소련으로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자 "하늘에서 비를 내리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고, 홀어머니가 시집을 가겠다고 하면 자식으로서 말릴 수 없다"고 했는데 그 후 이 말은 '방법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김태호 전 후보자도 총리를 하고 싶어 여야 의원들에게 전화까지 걸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여론만 더욱 악화되자 자진사퇴하고 이런 말을 남긴 듯하다.

여론의 뭇매라는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할 한나라당도 등을 돌리고 있으니 그가 꺼낼 카드도 궁색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40대 젊은 총리' 의 실험은 정말 실험으로 끝나고 말았다.

최연소 거창군수, 최연소 경남도지사, 최연소 국무총리 등 '최연소' 꼬리표를 달며 승승장구하던 40대 총리 후보자가 낙마해야 했던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필자는 지도자의 으뜸 덕목을 여섯 가지로 설명한다.

그 첫째는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아는 경청이다. 경청은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가 한 말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조직을 추스르는 칭찬이다. 조직을 이끌려면 당근과 채찍을 고루 써야 한다. 그러나 더 가치가 있는 방법이 당근임은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세번째는 긍정의 마인드다. 성공하는 리더들은 대부분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이는 긍정적 마인드가 아니면 거둘 수 없는 성과물이다.

네 번째는 비전제시이다. 무릇 조직의 리더라면 비전제시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다섯번째는 도덕성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란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프랑스 격언이다. 도덕적 의무는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천여 명이 전사했다. 6·25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이 참전해 그 중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여섯째 덕목은 신뢰다. 김태호 후보자도 자진사퇴의 변을 통해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거론하면서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미덕이 신뢰인데 국민의 믿음이,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된다 한들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잦은 말 바꾸기로 낙마한 김태호 후보자가 트위터에 남긴 글은 자신의 소회는 될지언정 반성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비가 억수로 내리게 한 것도 어머니가 다른 생각이 들도록 만든 것도 본인이지 않았을까.

40대 총리 후보의 꿈을 무참히 앗아간 도덕과 신뢰라는 잣대가 이제 향후 공직에 나설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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