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기자단-'해적'

책 한권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벌써 20년 전이다. 너덜너덜한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 한 권. 커다란 망치에 맞은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그 순간부터 가슴에는 '전태일'이란 이름의 커다란 멍에가 자리했고, 그가 이루고자 했던 세상을 위해 나름의 삶을 살아왔다.

전태일 열사가 산화해간지 오는 11월 13일이면 꼭 40년이 된다. 40년이면 강산이 네 번은 변했을 그 세월, 우리는 어디에 와있는가? 전태일 열사가 이루고자 했던 세상에는 얼마나 많이 다가갔을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올해 충북희망원이란 곳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뜬금없이 보건복지부에서 감사를 나와서 "연월차 휴가는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민주노총을 찾아왔고, 10년의 세월동안 법으로 보장된 연월차 휴가를 단 한 번도 써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몸이 아파도, 집안에 일이 있어도 휴가라는 게 있는지도 몰라 동료들에게 사정해 근무 조정을 해가며 단 하루 맘 편히 쉬지 못하고 근무를 해야 했다. 억울해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청주시의 청소 민간위탁 업체, 한일환경, 제일환경의 노동자들 역시 연월차를 보장받지 못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 노동자들과 사업주들은 똑같이 이야기 한다. "몰랐다" 40년 전의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의 노동인권에 대한 시각은 '똑같이 천박하다'.

우리 노동현장은 십 수 년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철저히 양분돼 있다. 투쟁의 결과이지만 먹고 살만큼의 임금과 고용안정을 보장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과 죽지 못할 만큼의 임금과 언제 잘릴지 모르는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

열사가 살아있다면 누구의 편에 서 있었을까?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하고, 먹을 게 없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잔업에 철야에, 먼지 구덩이 다락에서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하고, 각혈을 하면서도 이 지긋지긋한 가난과 고통을 자기 탓으로 돌렸던, 당연히 '비정규 노동자'의 편에 섰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있나? 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결과에 만족해선 안 된다. 지금의 먹고 살만큼의 임금과 고용안정은,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의 하청사 단가 인하와 정규직이 눈감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이중착취 때문이다. 열사정신은 '모든 노동자는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인간선언이었다.

그 인간선언을 40여년이 지난 지금 곱씹어야 한다. 인간 이하로 살기를 강요하는 비정규직이란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조직된 노동자들이 먼저 '나만' 잘사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잘사는 세상을 위해 실천을 해나가야 한다. 바로 열사가 꿈꾸었던 세상이다. http://blog.daum.net/labor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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