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2011년 정부예산은 309조6천억 원, 이중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3.2%가 줄어든다.

반면, 4대강 사업 관련예산은 600억 원이 늘어난 3조3천억 원이다. 여기에 수자원공사가 4대강사업에 쓰는 3조8천억 원을 합치면 전체 예산은 7조1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5.6%가 늘어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 한반도 대운하가 국민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대운하 사업은 '4대강 살리기'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부활되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MBC PD 수첩은 얼마 전 소규모 보를 준설하는 4대강 정비 사업 내용이 갑작스럽게 낙동강 수심을 6미터로 유지하고 대규모 준설로 바뀐 배경에 초점을 맞춰 집중 보도했다.

PD 수첩은 4대강 사업이 수해 방지, 물 부족 해소와 관련이 없음을 경북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마을과 김천시 감천철교를 사례로 들면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대운하 사업과 비슷하며 대운하 추진 계획 당시 설정된 낙동강의 수로도면의 최초 공개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이 낙동강 사업 물길과 대부분 겹치는 점도 고발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외국 전문가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 알베르트 라이프 교수(식생학·서식환경학)는 환경전문잡지 <크리티셰 외콜로기(Kritische Okologie)>10월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세계 각국의 강 살리기 사례를 볼 때 한국의 4대강 사업은 '복원'도 아니며 '살리기' 표현도 '국민의 의지를 조종'하는 행태 또는 '선동' 행위라 불러 마땅하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버클리대 지형학과 맷 콘돌프 교수(강 복원 사업 전문가)도 지난 3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은 유역 관리에 대한 낡은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한 그는 지난 27일 현장을 직접 돌아본 뒤 "4대강 사업은 미국과 유럽에서 20세기 중반 폐기된 방식으로 복원사업이라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강이 불안정해지고 하류의 홍수 피해도 심해질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4대강 사업만 비판하면 재갈을 물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수변도시 비전 공모' 1, 2등 당선작을 선정했다가 선정 작품이 4대강 사업을 비판한 내용임을 알고 뒤늦게 심사결과를 무효화한 사실을 고발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4대강 사업을 비판한 만화, '강은 흘러야 한다' 를 인터넷사이트에 게재한 운영자에게 게시물 삭제를 요구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얼마 전 직원조회에서 4대강 예산이 10조에서 6개월 만에 20조로 늘어난 것과 관련하여 고 정주영 씨의 생전 일화를 들며 "4대강 예산이 자신의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냐?"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홍성군을 초도 방문한 자리에서 국책사업과 관련해 "자기 주장을 세워놓고 밀어붙이기만 하는데 대화를 하려면 욕심과 목표를 버리고 자기 것을 내놓아야 한다" 고 MB를 겨냥했다.

국토와 자연은 우리만 쓰는 것이 아니다. 곱게 쓰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MB정부가 4대강 사업 비판세력에 겸허한 자세로 귀 기울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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