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의 세상읽기]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초계중이던 1200톤급 천안함. 외부의 기습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대한의 아들 46명의 해군 장병들이 숨졌다. 인양된 천안함은 함수와 함미로 두동강이 난 처참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국론도 두동강이 났다. 좌와 우로.

정부는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미국과 호주 영국 및 스웨덴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인 합동조사를 실시한 후 '천안함 합동조사단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9월13일 정부가 발간한 최종 보고서는 "북한 잠수정이 중어뢰로 수중폭발을 일으켜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의 어떠한 발표 내용도 믿지 못하겠다는 야당이나 일부 진보성향의 세력들은 정부의 최종보고서 역시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다. 국방부의 발표가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 이같은 불신은 암묵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들에게 빌미를 줬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세 사람중 두 사람이 정부의 진상조사를 못 믿겠다"고 했다.

또 국민 70%가 정부의 조사결과를 못믿겠다고 한 것과 관련, 국방부장관은 "굉장히 많은 세력이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성공했다"고 말했다. 결국 70%의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고 정부의 합동조사 최종보고서를 믿지 않도록 한 것은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과 '북한에 우호적인 굉장히 많은 세력들이 노련한 음모(?)'가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의 소행임을 확인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한민국 안에서는 불신이 팽배하다. 서해 휴전선 근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우리의 함정에 어뢰를 발사할 나라는 북한 이외에 의심할 만한 나라가 있는가.

북한의 만행이 확실한데도 이를 못믿겠다는 세력들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 확실하게 믿을 수있는 조사보고서는 아마도 북한과 동맹관계인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보고서라 믿었을 것이다.

러시아 해군사령부 수중무기체계국장 등 4명의 러시아 조사단은 지난 5월31일 방한했다. 이후 6월7일까지 천안함 현장조사와 우리측 합동조사단의 브리핑과 3회에 걸친 합동토의 및 생존장병과 면담등을 통해 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천안함이 어뢰가 아닌 기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것이 러시아 조사단의 잠정적인 결과라며 이를 인용 보도 하기도 했었다. 또 도널드 그래그 전 주한 미국대사도 확인되지 않은 문서를 '러시아 보고서'라면서 천안함 의혹을 제기하기는 등 좌충우돌했다.

그래서 러시아 조사단의 천안함 조사보고서가 공개되기를 기다려왔다. 특히 정부의 최종보고서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그러나 지난 9월21일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 조사단의 천안함 침몰 사건 보고서는 국가 지도부를 위해 내부용으로 작성된 비밀문서로 러시아 정부는 이를 한국이나 북한 어느 쪽에도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천안함 사고의 원인을 따질 때가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할 시기"라고 했다. 도대체 우리의 영해에서 군함이 격침되었는데 어떻게 그 원인을 밝히고 따질 때가 아니라 하는가. 이 무슨 망발인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러시아 조사단의 천안함 조사보고서가 비밀문서가 된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정부의 조사보고서를 반박할 내용을 한 건도 찾지 못했다. 또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 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동맹국인 북한의 만행임을 만천하에 드러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조사 보고서를 비밀문서로 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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