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영 영동대교수

추석 연휴에 발생한 서울 홍수의 원인이 무엇이든 피해 시민에겐 매우 불행한 재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계천의 범람을 보고 4대강의 허실을 논하고, 광화문의 침수를 보고 서울시 정책을 탓하지만 이는 단선적 평가이다.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다면 홍수 경험이 없는 지역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피해 복구와 추가 피해 방지에 만전을 기하라고 하지만 당장 밀어 닥친 급물살을 공무원이라고 막을 수는 없다. 추석 연휴 기간이라 피해가 더 크다는 언론 보도도 접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홍수 피해에 대한 접근 문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생각을 바꾸어 추석 연휴가 아니었다면 피해가 줄었을까. 도로에 늘어진 차량, 수많은 지하철 이용 승객, 직장과 가정 사이에 갈등하는 직장인들의 심리적 공황 등 결코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거시적으로 판단할 것이 있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국가의 상징적 도시인만큼 품격 있고, 국가 동력의 근거지임을 보여야 한다. 이미 사태를 겪어서 알 수 있듯이 자연 재해에 의한 서울지역 피해는 그 동안 서울 집중의 과밀에 의한 타 지역 경제 폐해의 문제에서 이제는 자연재해로 인한 서울 지역 경제, 즉 한국 경제 중심부의 직접적인 폐해 문제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모든 기능이 집중된 서울의 자연재해는 지방 경기 침체 문제 이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서울의 인구과밀 문제와 집중된 정치, 경제 문제를 해소 할 수 있는 문제가 제기되어야 한다.

서울 홍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몇이나 있을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집중 호우가 서울을 피해가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집중 호우를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첫째 방법은 불가능한 것이고, 둘째 방법은 가능하다. 다만 어떤 방안이 원초적 재해보다도 국가 경제의 피해를 줄이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혹시 정부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배수시설 확대, 강바닥 낮추기, 제방 높이기 등 단선적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면 정책에 기댈 희망은 없다.

서울의 재해는 당장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생산, 수요, 유통망에 치명적 손실이 온다. 지금 우리나라는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재해는 재해 그 자체의 손실이 큰 것이지 2차, 3차 피해의 연계성이 적다. 그렇지만 서울은 재해 자체의 피해도 크지만 이어지는 피해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중요 이슈가 되는 것이다.

올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방 기업(260개 업체)을 대상으로 금년도 지역경제 주요 이슈와 전망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방기업 대부분이 건설업, 중소제조업 등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 많으며, 경영활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세계 경제와 내수경기의 회복 여부가 제일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내수 경기라는 것이 무엇인가. 소비자가 중소기업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대부분 소비자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도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수도권으로 집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그동안 서울 집중, 과밀이 지방 경제를 죽이는 원인도 되었지만 이제는 서울 재해에 의한 직접적 타격도 예상되고 있다. 해마다 어떤 정부이든 앵무새처럼 내놓는 정책이 있다. '지방세제 구조 개편', '지방기업 보조금 지급 등 지역투자 촉진', '지역소재 기업에 대한 자금 및 세제지원 확대', '지역 산업기반 확충' 등이다. 그러나 생산자, 소비자가 적은 지방 경제에 특별한 혜택이 있다고 해서 지방으로 분산되지 않는 것으로 그동안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현 정부가 주장하는 녹색성장이론과 맞물려 자연 환경의 변화와 연계한 서울 과밀, 집중을 완하하고, 분산할 수 있는 근본적 정책을 재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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