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으로 지역이 바뀌다-< 3 > 해외사례 - 주민+예술가 조화되는 문화예술교육

토리데시는 동경에서 전철로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인구는 11만명의 중소규모 도시다.

1991년 토리데시에 동경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동경예술대 토리데 캠퍼스가 들어섰고 그 이듬해인 1992년 첨단예술표현과가 개설된 후 1999년 이를 계기로 토리대시와 동경예대 학생들과 시민들이 함께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Toride Art Project=TAP)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공공미술프로젝트는 거의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공모전과 오픈스튜디오, 벽화 프로젝트 등 진행 과정은 비슷하지만 일본 이바라키현 토리데시에서 펼쳐진 아트 프로젝트는 기존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무엇이 있다. 한국에서는 예술가들이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다면 이곳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점이 다른 점이다.

본보는 지난 9월 1일부터 11일까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경기도 양평과 일본 도쿄, 토리데, 요코하마를 찾아 생생한 문화예술교육현장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이번주에는 시민, 지자체, 예술가가 동등한 위치에서 추진중인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와 매춘과 마약으로 찌들었던 곳이 아트의 거리로 바뀐 요코하마 고가네초 바자르(바자회)에 대해 알아본다. / 편집자



#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Toride Art Project=TAP)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의 10년 역사는 지자체인 토리데시와 동경예술대 예술가들과 시민이 동등한 역할을 나눠 3자 구성원으로 TAP 사무실에서 2주에 1번 3자 구성원이 모여 토의를 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아트 프로젝트로 자원봉사자와 일반 시민이 도쿄 예술대학의 벽화 연구회에 자문을 얻어 어둡고 낙서가 많았던 9곳의 벽에 벽화를 그리게 됐다.

니시토리데역 아래 벽화는 삶(Life)에 대한 벽화로 채워졌는데 이는 역 이용객에게 앙케이트 조사 후 결정된 것을 벽화의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토리데시는 도시 규모에 비해 예술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편이다. 그 이유는 동경예술대 캠퍼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진행중인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는 젊은 예술가의 창작활동 기회를 넓히고 주민에게 예술을 가까이, 또 이를 통해 문화도시로 발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1999년부터 진행된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는 토리데 리사이클링 아트 프로젝트를 실시해 총 16개 팀이 참가해 작품을 선보였다.

공모로 작가를 선발하고 시내 아뜰리에를 갖고 있는 작가들의 오픈 스튜디오 참가 등 21개 아뜰리에가 오픈 스튜디오에 참가했다.

이렇게 공모와 오픈스튜디오를 한꺼번에 하기가 버거워 다음해인 2000년에는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했다. 2001년에는 오픈스튜디오, 2002년에는 공모전 등 공모전과 오픈스튜디오를 번갈아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4년에는 학원 프로젝트를 통해 현장에서 문화예술정책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홍보와 함께 외부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현재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하는 오쿠무라 케이지로우씨와 하바라 야스에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 사무국장도 이때 TAP 학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곳에 남게 됐다.



이어 작가들의 흩어져 있는 아뜰리에의 오픈 스튜디오에는 손님이 한명도 없던 적도 있었는데 이는 운영회의를 통해 '투어' 형식으로 아뜰리에를 방문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관객을 이끌었고 나중에는 작가들이 공공기관의 건물을 통째로 빌려 작가들의 공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2005년에는 동일본 가스회사의 대형 탱크에 벽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토리데 시민이 1차 심사를 거쳐 가스회사 사장의 2차 심사에 이어 동경예대 첨단예술표현과 4학년 학생의 작품이 선정됐다. 이는 외부 유명작가의 디자인보다는 매일 보는 토리데시의 풍경을 디자인해 담자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토리데시의 풍경을 담게 됐고 이는 곧 토리데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기부터 토리데시도 변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시의 오수종말처리장, 빈 공간등을 토리데 시에서 예술가들의 예술공간으로 지원해줬다.

2007년에는 뼈대만 남은 컨테이너 박스로 토리데 아트센터 인포메이션 센터로 활용했고 2008년에는 공모전을 통해 아파트 단지를 둘러싸고 있는 이노단지로 들어갔고 이때 한국의 안양 아트스페이스와 교류도 시작하게 된다.

최근에는 한국의 스톤앤워터가 펼치고 있는 석수아트프로젝트(SAP)와 연계돼 한국작가들을 이노아티스트 빌리지에 초청하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 내 수영장을 활용해 아파트 주민들이 다시 모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본만의 '아시유'라는 발만 담그는 온천 문화를 접목해 아파트 단지안에 재현했고 작가와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온수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동일본가스회사가 급탕기를 지원해 이 작품이 가능했던 것이다.



<예술가들이 살고 싶은 도시 토리데시> 

토리데시는 이제 예술가들이 살고싶은 문화예술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시민 가운데 후쿠다 나나, 오오이시 마이꼬씨는 독립된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2년 전 오몬마 텐트(OMNMA TENT)라는 갤러리 카페를 열었다.

오오이시 마이꼬씨는 동경예대 첨단예술표현과 1기 졸업생으로 졸업 이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이들 두명은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문화예술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갤러리 카페를 열게 됐고 이곳에는 지역 예술가의 작품 전시와 아트상품 판매, 아티스트 워크숍도 열어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한다.

토리데시에는 오몬마 텐트 외에도 bocci, artone, 제0연구소, 하이샤케 등의 공간들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뷰>
쿠마쿠라 스미코 토리테 아트 프로젝트 실시위원장
(동경예술대학 음악학부 음악환경창조과 교수)

"올해는 기간을 잡아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공모전과 오픈스튜디오의 두 가지 프로젝트는 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7월 11일부터 내년 3월 21일까지가 운영기간인데 2010년 테마는 '100번의 노트'이지요."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 실시시위원장을 맡고 있는 쿠마쿠라 스미코 동경예술대학 음악학부 음악환경창조과 교수는 외부 단체를 영입해 좀 더 나은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고 밝혔다.

작가 기획과 TAP지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2007년부터 이곳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며 현재 동경예술대학 첨단예술표현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우영씨도 쿠마쿠라 스미코 교수와 함께 TAP에 참여하며 활동하고 있다.

쿠마쿠라 스미코 교수는 "지난 10년간 TAP를 운영한 결과 작품이 그대로 남는 경우도 있었지만 토리데 시민에게 생겨난 문화의식과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장 큰 변화로 꼽고 싶다"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예술과 관련된 장소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TAP에 참가했던 작가가 토리데시로 오거나 예대 졸업생들이 이곳에 남아 예술도시로 발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 독자적으로 작품을 하는 작가도 늘어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인터뷰> 후이지 신고 토리데 시장
"주민들 자체가 예술을 지탱해주는 힘이 있지요"

"동경예술대 캠퍼스를 중심으로 주민과의 교류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요. 토리데시는 일본 정부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시로 토리데시의 특징을 든다면 도쿄에서 가까운 주택지이고 도쿄의 대기업을 정년퇴임한 분들이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무료 봉사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후이지 신고 토리데 시장은 "토리데시는 캐논사, 기린맥주가 들어오면서 1975년 이후 인구가 급속히 늘었고 도쿄 시내에서 쾌속 전철로 45분정도 걸리는 곳으로 오는 다른 곳과의 아트라인도 구축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영화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토리데시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시의회장의 실제 스토리를 연출해 영화로 상영하기도 했다.

후이지 신고 시장은 "토리데시는 '약동'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자체가 예술을 지탱하는는 힘"이라며 "시민이 참여해 역할을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효과"라고 전했다. 토리데시는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1년에 1개씩 사서 시청사에 전시하고 있다.


 
# 요코하마 고가네초 바자르

일본 가나가와 현 요코하마시 고가네초 마을에서는 바자회가 한창이다. 오픈 요코하마 페스티벌 기간에 열린 바자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원래 이곳은 매춘과 마약이 성행했던 곳으로 250개 점포가 있었던 곳을 지역주민과 경찰이 근거지를 청산하고 이곳을 '아트'의 거리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를 맞는 고가네초 바자회는 '관광'과 '아트'를 테마로 진행되고 있었다.

먼저 매춘과 마약이 성행하던 장소를 광고화해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고 일본 전통 여관을 카페, 갤러리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펼쳐 건축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바자회가 열린 이 때는 총 26개의 NPO관련 숍이 문을 열었고 아티스트 거주(레지던스)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와 지역주민과의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실제로 빈 공간을 임대해 예술가들이 거주하면서 작업하고 있었고 바자회에는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뒀다.

스즈키 노부하루 요코하마 사립대학 교수는 고가네초 바자회의 교량역할을 한 인물로 올해는 대학생들이 지역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카페'를 열고 운영중이었다.

스즈키 교수는 "매춘했던 장소를 시가 빌려서 예술가들에게 임대해주고 있다"며 "최근에는 건물을 사서 임대해주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지효 jhlee@jb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게재됩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