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GL인베스트먼트

요즘은 지방에 가도 대형마트 외에 기업형 슈퍼마켓 즉, SSM을 흔히 볼 수 있다. 삶의 희노애락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 어귀 구멍가게의 추억은 이미 옛일이 된 지 오래다.

곳곳에서 오래된 소상인들과 SSM간의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최근 SSM 규제를 위한 법안 마련이 정부 측의 반대와 여야 합의 파기로 좌초되면서 소상공인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26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SM 규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SSM 규제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에 SSM 설립을 금지하도록 했고, '대ㆍ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은 SSM이 가맹점 형태로 골목상권에 우회 진입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와 FTA 계약을 체결한 유럽연합(EU)은 한국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추진에 대해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공식 비판해왔다. EU 집행위원회는 25일 발표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보호무역 정책 평가 보고서'에서 SSM 등록제 강화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 발전법안 입법 추진을 자유무역 저해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국내 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EU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대해 FTA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상생법 반대 발언과 뒤이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의 합의 파기로 유통법의 국회통과는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앞서 한나라당은 두 법안의 분리 처리를, 민주당은 동시 처리를 주장하다 '유통법은 지난 25일 처리, 상생법은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중소기업청의 SSM 사업조정 지침 개정 전제)'에 의견을 모았지만 김종훈 본부장의 상생법 반대 발언 이후 민주당은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또한 중소기업청이 지난 25일 유통법 우선처리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기업형슈퍼 사업조정 시행지침 개정안'을 보면, 기업형슈퍼 직영점 뿐만 아니라 가맹점에도 사업조정을 추가로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소급 불가' 등 여러가지 단서가 붙어 있어 실질적인 효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욱 큰 국민적 비판을 받게 되었다.

즉,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난 22일 상생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는 데 합의하면서 이 입법의 취지를 살리는 사업조정 지침부터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재 갈등중인 가맹점 슈퍼에조차 적용할 수 없는 부실한 지침 개정으로 중소상인들의 반발을 무마하려 했던 셈이다.

이런 부실한 내용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분리처리 합의안에 동의했던 여야 지도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SSM이 생기면서 하나같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주변 소상인들과 달리 소비자들은 무료배송 등의 편리함과 친절함을 갖춘 SSM의 등장을 반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는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향후 물가에 대한 불안심리는 1년래 가장 커지고 있어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더욱 팍팍해 지는 요즘, 범정부차원으로도 상생을 많이 강조하는데 대기업의 상생을 통하여 성장을 도모하는 장기적인 안목과 상도의를 지키는 미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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