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조직의 성과에 리더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팔로워들의 기여라고 볼 수 있다."

카네기멜론스쿨의 켈리교수가 1994년 그의 저서 '팔로워십의 힘(The Power of Followership)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을 때 많은 기업과 조직의 경영자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16년이 지난 지금 그의 팔로워십 이론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은 흔히 빙산에 비유된다.

실제로 배에 탔다고 가정할 때 우리가 볼 수 있는 빙산은 20%뿐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리더의 역할은 20%에 불과하다. 결정적인 영향은 수면 아래에 있는 80%의 빙산들이다. 그런데 이를 보고 전체인양 판단하면 오류가 생긴다.

그렇다면 팔로워십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팔로워란 리더를 도와서 조직의 긍정적 발전을 모색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 성향이나 사고방식, 행동체계 등을 일컬어 팔로워십이라고 한다.

조직의 성공은 리더의 판단을 수용할 지 여부를 결정짓는 팔로워의 태도에서 성과여부가 판가름이 난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 선조는 당시 정읍현감이던 이순신 장군을 전라좌수사로 임명한다.

부대를 점검하던 이순신은 전투에 사용할만한 군함이 없음을 알고 전선감조 군관들에게 군함 제작을 지시한다.

"불에 타지 않고, 충돌하면 적선을 박살 낼 수 있고, 적이 배에 올라올 수 없고, 적에게 치명적인 화기를 탑재할 수 있는 배를 만들어 보시오."

이순신 장군의 주문에 대부분의 군관들은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을 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몰입하던 나대용 군관은 대장간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솥뚜껑을 보는 순간 무릎을 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저거다. 바닷물에 잠기는 부분은 나무로 만들고, 적의 포탄과 화살에 노출되는 부분은 솥뚜껑 모양의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 적이 기어오르지 못하게 쇠못을 뒤집어서 박고, 정면에는 유황불을 뿜어내는 화덕과 연기구멍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나대용 군관이 이런 설계도면을 가지고 거북선을 설명하자 이순신 장군은 그의 두 손을 부둥켜 잡으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바로 이게 내가 만들고 싶었던 배라네."

이처럼 리더와 팔로워는 상사와 부하라기보다는 파트너에 가까운 관계이다.

빌 게이츠는 스티브 발머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최고의 기업으로 키울 수 있었다.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나비에 미쳤던 정헌천 나비박사 덕분에 나비축제를 전국 최고의 축제로 키웠다.

정갑철 화천군수도 장석범 본부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산천어축제를 전국 최고 축제의 반열에 올릴 수 있었다.

최근 순천시가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팔로워십 교육을 펼치면서 타 자치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어찌 보면 외롭고 고독한 자리가 단체장의 자리이다.

단체장이 제시한 비전을 지역 모두의 비전으로 공유되도록 하는 것은 공무원의 몫이다.

화려한 무대를 비추는 조명과 카메라맨 등 스태프들처럼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나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존재가 바로 공무원이라는 팔로워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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