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150여 년 전 영국의 생물학자였던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것은 강한 종도 우수한 종도 아닌 변화하는 종(種)"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이는 지구상에 살아남는 종은 강한 자가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생물은 이처럼 진화를 거듭한다.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사회에서도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에서 근간을 이루는 요소인 진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위기를 극복하려는 혁신의 힘이며, 이는 스스로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루라도 새로워질 수 있거든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나날이 새로워지리라."

은나라의 탕왕(湯王)은 자신의 세숫대야에 이처럼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문구를 써놓고 얼굴을 씻을 때마다 마음까지 씻으려고 노력했다.

국내 인사 중 변화와 도전에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하여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으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들 수 있다.

1987년 12월1일 삼성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5년 뒤인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이 변화하기 위한 신호탄인 '창조경영'을 강조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변하는 것이 일류로 가는 기초이며, 나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고 주문한다.

2002년 4월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65조6800억 원으로 소니의 63조5천600억 원을 앞질러 사상 최초로 역전현상이 나타난 달이다.

당연히 국내언론들도 앞을 다투어 삼성전자의 성공신화를 보도했다.

그런데 이때 이 회장은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5년에서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면서 위기의식을 강조한다.

그 결과 이 회장이 취임한 1987년 삼성그룹 전체 매출액은 13조 5천억 원에 불과했으나 20년이 지난 2006년에는 매출액이 141조원으로 10.4배의 성장을 이룩했고, 지난해는 매출액 220조원을 기록하는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 회장은 올 3월 경영에 복귀하면서부터 "지금이 진짜 위기다.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삼성 위기론을 재차 거론했다.

지난 12월 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는 2011년 새해의 경영 화두와 관련하여 "21세기 10년은 과거 10년과 다르게 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조금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류가 석기시대를 마감한 것은 돌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청동기라는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청동기 시대 역시 철기라는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70년대 미국이 독점했던 반도체 시장은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반면 20세기 초 영국과 네덜란드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조선 산업은 1960년대 이후 일본을 거쳐 한국이 한때 1위로 등극했지만 지금은 중국에 1위 자리를 빼앗긴 상태다.

전승불복(戰勝不復)이라고 했다.

똑같은 승리는 반복되지 않기에 새로운 환경에서는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당연히 새로운 발상이 요구된다.

이것이 바로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위기의식의 실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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