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영 영동대 교수

인구 3억 명이 넘는 미국의 주요 도시의 인구는 한국에 비해 초라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다. 워싱턴 D.C가 60만 명, 하버드, MIT 등 명문대학이 밀집되어 있는 보스턴도 60만 명, 월 스트리트가 있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은 800만 명, 샌프란시스코는 77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이에 비해 서울 인구는 1,000만 명을 상회하고, 인천도 270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 해 11월말 현재 수도권인구는 2천316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49.0%에 이른다. 결국 한국의 미래는 이러한 한국의 수도권 흡입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 인구 흡입력의 가속화 현상 속에서 국가의 희망을 찾는다면 이러한 기준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통계청 자료를 빌어 지역별 총생산(GRDP) 규모를 보면 수도권의 비중은 48% 수준에 육박한다. GRDP의 인프라는 2차 산업이다. 그러나 서울은 2차 산업의 인프라가 10%내외 수준이다. 예를 들어 국토의 10% 규모에서 전국 GRDP의 48%가 집중화되어 있다면 90%의 국토를 활용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50% 이상이, 신규 취업자도 수도권에 50% 수준이 밀집되는 현상은 대한민국의 지속 발전의 키(Key)가 수도권 집중의 활용여부에 달려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중앙 권력 분산이든, 지방 균형 발전이든, 지방 분권화든 지역에서 미래를 찾아야할 때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 경제가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 지방의 미래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언뜻 지방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사회, 문화이다. 친환경적, 체험적, 평화롭고 사랑과 풍요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인간 생활의 쾌적함 지수를 높일 수 있는 분야의 산업을 일으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경제 측면에서 지역이 추진해가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것의 원천은 각 지역에 있다. 수산물은 각 지역의 어촌계에서 공급되고, 농산물은 농촌에서 공급된다. 도시민들이 좋아하는 청정식품의 공급을 심리적이고 경험적인 생산, 유통 관계를 통해 지역이 부가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 생산자의 정성과 노력이 무기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은 소비자이다. 셋째, 사회·문화를 지배하는 지역에서 지역경제를 연구해 그 지역의 특성을 경제에 반영하자. 넷째, 지역만이 보유한 가치는 독창적 지역브랜드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차별화되고 독특한 지역 산업의 생산품이 발전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행동은 지역적으로 하지만 사고는 세계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 플로리다의 케네디 연구센터는 입장료만 50달러 정도 수준이다. 아틀란타에 있는 코가콜라 공장도 견학 입장료를 받는다. 보령군의 머그 축제는 자연 환경을 통한 문화 산업이다. 대도시권을 벗어난 지역의 경제는 자연환경, 문화와 직접적 연결이 되기 때문에 환경보호의 방식, 관리의 원칙이 특별하고, 브랜드화를 통해 세계화를 시도한다면 국부 창출의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될 것이다.

그 동안 대도시권의 인구 집중이 필연적으로 지방의 쇠퇴를 불러오고 사회 전체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통된 고민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정치적으로만 풀려고 하였다. 새해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경제적 측면의 시각으로 풀어보고자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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